이 모든 게 브레이브걸스 '롤린' 때문이었다

내가 다시 일본어를 공부를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유

by 정규영

요즘 나는 브런치에 일본 광고 카피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구입하는 책의 20% 정도는 일본 원서이다. 1주일에 한번 온라인으로 현지 일본인과 회화수업을 하고 있으며, 여유 시간에는 일본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듣는다. 대학 수업을 맡기 전까지는 학원에서 수업도 꾸준히 들었다. 일본 블로그에 짧게나마 일어로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에서 책을 내는 꿈도 생겼다. 훗날 일본 유학도 고려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때문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1. 사건의 발단- 롤린의 역주행

2021년 초. 유튜브 피드에 썸네일 하나가 뜬다. 며칠간 계속 떠 있었는데, 처음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포털 사이트의 뉴스 헤드라인에서 "브레이브 걸스 롤린 역주행" 관련 기사를 보게 됐다. 저게 뭐길래 요즘 난리야? 하고 클릭을 하는 순간에는, 내 삶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2. 알고리즘 추천: 롤린 운전만 해

댓글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계정에 브레이브 걸스 관련 자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운전만 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다. 어라? '운전만 해'는 완전 내 스타일인 거다. 그야말로 '취향저격'을 당해, 이 곡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음악을 듣게 됐다.



3. 알고리즘 추천: 운전만 해 한국 시티팝

'운전만 해'는 시티팝 계열의 음악으로 소개가 되고 있었다. 유튜브 피드에 '운전만 해'가 포함된 한국 시티팝 플레이 리스트가 뜨기 시작했다. 모두 완벽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도 그럴게 20여 년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본 음악들이 있었는데 그게 시티팝이었던 것이다. 그런 장르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등 몇몇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었다. 일본 아마존에서 산 CD로 듣고 있었다.



4. 알고리즘 추천: 한국 시티팝 일본 시티팝

내가 한국 시티팝에 반응하는 것을 눈치챈 알고리즘이 슬쩍 일본 시티팝을 피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다케우치 마리야(竹内 まりや)의 'Plastic Love'라는 곡에 빠졌다. 음악이 너무 좋았다. "와, 이건 완전히 여성버전의 야마시타 타츠로잖아!" 하며 들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그녀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부인이었다! 프로듀싱을 그가 한 곡이었다. 이럴 수가. 나중에 우연히 악보를 구해서 봤는데, 브레이브 걸스의 '운전만 해'가 간주 부분만 빼고 Plastic Love와 코드 진행이 완벽히 똑같았다.



5. 알고리즘 추천: 일본 시티팝 일본 80년대 대중음악

시티팝은 1980년대 일본에서 발흥한 음악이다. 내가 일본의 80년대 음악 중 한 장르를 즐겨 찾자, 알고리즘은 80년대의 다른 일본 대중음악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일본의 예전 스타들의 자료, 당시의 방송 자료, 광고 자료 등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되는데.



6. 알고리즘 추천: 일본 대중음악 마츠다 세이코

한국 팬이 만든 어느 일본 가수의 무대 편집 영상을 보게 됐다.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마츠다 세이코의 80년대 무대에 빠져 매일같이 그녀의 음악을 들었다. 음악을 계속 듣다 보니, 가사가 궁금해졌다. 가사를 찾아 해석해보니, 처음 일어 공부를 하던 때가 생각났다. 일본 사람들과 마츠다 세이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왔다.



7. 마츠다 세이코 일어 독학

가볍게 다시 공부해볼까 싶어, 문법책을 훑어봤다. 20년 전 쯤 잠시 공부한 건데 의외로 내가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 어? 재밌는데?



8. 일어 독학 학원 등록

결국 주말반 수업을 신청해서 두 달간 워밍업을 하다가, 본격적인 원어민 선생님 수업을 새벽에 듣기 시작했다. 학원의 모든 정규코스를 마치고, 고급 회화반 수업까지 듣게 됐다.



9. 학원 등록 팟캐스트 및 유튜브

공부에 열중하면서 일어로 된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본인 선생님이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 만든 콘텐츠를 보다가, 점점 일본인을 위해 만든 콘텐츠로 넘어가게 됐다.



10. 팟캐스트 및 유튜브 원서 탐독과 현지인 수업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앱으로 일본 현지인과 온라인 화상 수업을 하게 됐고, 일본 북튜버가 소개한 책을 킨들로 사서 보게 되었다.



11. 브런치, 일본 블로그, 유학의 꿈

일본어 공부차 일본 광고를 보다가 좋은 카피를 소개하는 글을 브런치에 쓰게 됐다. 일본 블로그에도 일본어로 짧은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책을 내고 싶다는 희망도 생겼다. 언젠가 광고 일을 그만두면, 일본에 유학을 가고 싶은 꿈도 생겼다.




깨어 있는 시간의 15~20% 정도는 일본어를 접하고 있는 듯 하다. 일본어가 빠진 내 생활, 이젠 상상하기 힘들다. 브레이브 걸스의 한 팬이 만든 '롤린' 편집 영상을 내가 클릭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을까? 언젠가 백발의 내가 도쿄의 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이 모든 게 '롤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회상하는, 그런 날이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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