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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9. 2023

너무 재미있어 문제다.


배드민턴이 너무 재미있는 것이 문제다.


배드민턴을 재미있게 치려면 실력이 비슷한 네 사람이 모여야 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배드민턴 클럽은 출석회원이 50명쯤 되는데 70%가 여성이다.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일 안 하고 배드민턴 칠 수 있는 남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출퇴근이 일정한 직장생활을 한다면 이 시간대에 운동을 할 수 없다.


자랑 같지만 나는 배드민턴 클럽에서 인기가 많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거의 쉴 틈 없이 게임을 하는 것이다. 모두가 재미있는 게임을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다. 나름 인기가 많은 이유는 아래와 같다고 분석했다.


1.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게임을 함께 하자는 것이나 난타를 치자는 것이나 거절하지 않는다. 거절의 가장 흔한 이유는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두 시간 동안 계속 배드민턴을 칠 체력을 갖고 있다.


2. 배드민턴 실력이 아주 어정 하다.          

사람들의 배드민턴 실력은 가우스분포라고도 일컬어지는 정규분포를 이루는데, 평균치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의 종모양의 분포를 갖는다. 자연계의 모든 분포가 정규분포라 영어로는 normal distribution이라고 한다. 배드민턴 클럽에서 인기가 있으려면 실력이 평균치 근처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좀 잘하는 사람과도 칠 수 있고, 좀 못하는 사람과도 칠 수 있다. 결국 실력이 어정해야 인기가 높다. 너무 잘하면 잘하는 사람끼리 쳐야 재미있는데, 잘하는 사람의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다. 자신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면 실력이 좋은 사람은 게임이 심드렁해지고, 실력이 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 때문에 게임에 지는 것을 알기에 파트너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는다. 보통사람이라면 그런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을 먼저 만들지 않는다.


3. 게임 중이나 게임 후에 파트너에게 절대 잔소리(?) 하지 않는다.

게임 중에 잔소리하는 이유는 게임에 이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게임에 지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겼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 후에 잔소리하는 이유는 가르쳐주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남을 가르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물은 호모 사피엔스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선의를 갖고 무료로 가르쳐주지만 크게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돈 내고 배우고, 돈 받고 가르쳐야 한다.


4. 스매싱의 위력이 여성회원보다는 좀 났다.

전체 회원 중에 2/3는 여성회원이고, 나랑 실력이 비슷한 회원들이 거의 여성이다 보니 여성 셋에 나만 남성인 경우의 게임이 많다. 이런 게임은 여복도 아니고 혼복도 아니고 나는 잡복이라 부른다. 아무리 어르신이지만 근력이 여성보다는 있으니 스매싱의 위력이 좀 쓸만하다. 이런 위력이 좀 있는 스매싱을 받아냈을 때의 쾌감이 있다. 그런 쾌감을 느끼기 위해 여성회원들이 나를 게임에 껴준다는 느낌을 가끔 받는다.


가끔 제법 위력적인 스매싱을 날리고, 평균치에 가까운 실력에 과묵하고 절대 거절하지 않다보면...

 



파트너가 실수해도 잘했다고 칭찬하는 멘트를 아주 잘 날리는 회원이 있다. 난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사회성이 평균이하라. 이런 격려 멘트는 둘 중에 잘하는 사람이 날려야 자연스럽지, 못하는 사람이 이런 멘트를 날리면 좀 우습다고 생각한다. 파트너 중에는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습관적으로 멘트를 날리는 분도 있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난 좀 의아하다. '그럴 수 있는 거지. 우리가 실수해야 저들이 점수를 따는 거니까... 미안할 거 까지야 뭐 있나? 나도 그런 실수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럼 나도 그런 멘트를 날려야 하나?'


눈뜨면 아침 먹고 배드민턴 가방 둘러메고 곧장 체육관으로 달려간다. 동호회 회원들과 어울려 복식경기를 대여섯 경기를 하고 나면 정오가 되며 동호회 시간이 끝난다. 완전히 땀에 젖은 운동복을 벗고 엄청 짜릿한 샤워를 한다.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을 이렇게 오전 나절을 보낸다. 중독된 것이다. 배드민턴과 샤워에.


사람이 좀 심심해야 '오늘은 뭐 하지?' 또는 '이제 뭐 하지?' 하는데 그럴 틈이 없다.

배드민턴을 치게 된 것은 겨울방학이 되었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배낭여행도 못 떠나는데, 이번 방학엔 뭐 하지'하다가 시작한 것이다. 이제 뭐 하지 하면서 좀 심심해야 창의적인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배드민턴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심심하고 여유 있는 시간 중에 새롭고 좋은(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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