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실내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배드민턴 중독이다.
외국을 8박 9일간 방랑하느라 8일 동안 배드민턴을 치지 못했다. 출국 비행기가 저녁 출발이라 오전에 배드민턴 치고, 짐 싸서 공항에 갔다. 귀국 후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배드민턴을 치고, 일요일 아침잠에서 깼다. 무심코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오른쪽 엄지발가락 연결 부위가 아프다. 걷는 것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온다. 특별히 부딪히거나 다친 기억은 전혀 없다. 8일을 쉬다 이틀 동안 무리한 운동의 후유증이란 생각이 든다. 종일 아파서 걸을 수가 없다.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배드민턴을 치러 체육관을 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 결국 일요일 저녁 창고에 처박혀 있던 족욕기를 꺼냈다. 족욕을 하고 물파스를 잔뜩 바르고 잤더니 다행히 다음 날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또 배드민턴을 쳤다.
금요일 체육관에서 정신없이 배드민턴 게임을 했다. 다섯 게임이 넘어가면 온몸이 땀에 젖고 체력이 거의 방전된다. 마지막 게임(11시 반 이후에 시작하면) 중에 후위에 있다가 하이클리어를 받기 위해 뒤로 스텝을 밟다가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리가 풀린 것이다. 71kg의 물체가 체육관 마루 바닥과 충돌하니 엄청 큰 소리가 났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등까지 바닥에 부딪히며 왼손을 바닥에 짚고 말았다. 오른손은 라켓을 잡고 있었으니... 왼 손목이 시큰거린다. 크게 부어오르지 않는 것을 보아 뼈가 상하지는 않았고 근육이 놀란 것 같다. 왼 손목을 돌려보니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힘을 주면 아프다. 게임을 중단하고 간신히 샤워했다.
다음날 인 토요일에 또 체육관을 찾았다. 오른손은 멀쩡하고 등 근육이 두드려 맞아 좀 뻐근한 느낌이지만 배드민턴을 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땀에 절은 운동복들을 세탁기에 돌리고 소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오른쪽 대퇴골 부위에 통증이 온다. 허리띠가 걸쳐지는 부위 바로 아래다. 아파서 걷는 것이 힘들다. 물론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 월요일 골프 약속이 떠오른다. 왼 손목도 불편하고 오른쪽 대퇴골 부위도 통증이 있어 걷는 것이 고통스러운데 골프 칠 수 있을까?
배드민턴 동호회를 보면 거의 매일 보이던 어르신이 갑자기 사라진다. 장기 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지만 배드민턴을 마침내 드디어 포기했을 수도 있다. 허리나 무릎 관절이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것일 수 있다. 배드민턴은 공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급격한 몸 회전을 요구하고, 갑작스럽게 길게 오른발을 뻗으면서 셔틀콕을 걷어 올려야 한다. 무릎과 허리에 많은 부담을 주는 운동이다. 매우 격렬한 운동이다.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은 이미 만성으로 진행했고, 하지정맥류와 추간공협착증은 언제 다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동호회 밴드에 나 같은 어르신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건네는 인사말 중에 '오랫동안 즐턴 하세요.'가 있다. '즐턴'은 즐거운 배드민턴의 줄인 말인데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오래'다.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몸이 점점 노화되고 있음을 자주 아니 매일 느낀다. 에어컨만 찾게 되는 여름이 가고 운동하기 좋은 가을이 오고 있다. 또 한 해의 건강수명이 짧아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일요일 오후다.
얼마나 오래 즐턴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