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시니어패스(어르신 교통카드)를 사용했다. 어르신 된 지 열흘 만에 아들이 있는 제주도를 가기 위해 김포공항 가면서… 공항철도도 인천공항 직통열차는 할인이지만, 일반열차는 어르신 무료다. 8박 9일 일정이지만 어르신은 정해진 계획이 없다. 며칠 전에 아들이 카카오톡으로 묻는다.
“아빠 이번에 스쿠버 교육받을 거야?”
“아니, 추워져서 물에 들어가기 싫은데…”
“오케이.”
“아들 이번에 나랑 배드민턴 함 쳐보지 않을래?”
“아빠가 하고 싶다면 해보지 뭐.”
“오케이, 배드민턴 라켓이랑 신발이랑 두 세트 만들어서 갈게.”
배드민턴 라켓을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기내 휴대 금지라... 인터넷 검색을 하니 된다는 사람도 있고, 안된다는 사람도 있다. chatGPT에 물으니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니 항공사에 문의하란다. 항공사 콜센터는 항상 바쁘다. 엄청 대기한 적이 많아 이런 일로 감히 걸고 싶지 않다. 아시아나 항공사 기내수화물규정에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항공사 앱에 챗봇이 보였다. 챗봇에게 물어봤다. 여태껏 경험상 챗봇이 별 도움 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답한다. 챗봇의 도움을 처음 제대로 받아본 것 같다.
어르신: 배드민턴 라켓 기내수화물 가능하나요?
챗봇: 테니스 라켓, 배드민턴 라켓, 스쿼시 라켓, 탁구 라켓 등 라켓류 및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는 기내로 휴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드민턴 라켓 네 개 만을 넣은 가방을 따로 만들었다. 누가 보아도 배드민턴 라켓임을 알 수 있다. 양압기와 맥북이 들어 있는 작은 배낭, 옷가지 넣은 작은 캐리어 그리고 배드민턴 라켓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성신여대 입구역 개찰구는 시니어 패스에 대해 두 번 땡땡 소리를 낸다. 어느 역에서는 '어르신 건강하세요!' 한다던데... 지하철 슬라이딩 문 앞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아직 배드민턴을 칠 수 있는 지공거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어르신)라니...
아시아나 짐 부치는 카운터에 세 여자가 앉아 있다. 짐 부치는 승객이 아무도 없다. 어느 카운터로 가지? 선택의 순간 본능적으로 망설인다. 아이폰의 모바일 신분증을 열어 제일 젊고 예쁜 직원한테 아이폰을 건네줬다.
"보딩 패스도 주셔야지요!"
"아이폰 안에 들어 있지요." 아이폰을 다시 건네받아 월렛을 열어 다시 건넸다. 캐리어를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배드민턴 라켓 가방을 들어 보이며,
“배드민턴 라켓은 기내에 갖고 탈 수 있지요?”
라켓 가방 길이를 재더니,
"안 되는대요. 길이가 초과라. 부치셔야 해요."
"엥? 제가 아시아나 앱 챗봇한테 물어봤더니, 테니스라켓이랑 배드민턴 라켓, 스쿼시 라켓 등 라켓류는 기내 휴대가 된다고 했는데…“
"국제선 하고 국내선이 규정이 다른데 국내선 규정 보신 건가요?"
"국내선이 국제선보다 규정이 럴럴하잖아요. 등산용 스틱도 가능하잖아요. 갖고 들어 갔다가 안된다면 유모차 실어주듯이 탑승문 앞에서 해달라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되면 제가 혼나요!"
내가 앱을 열고 챗봇에게 다시 물어 챗봇의 답을 보여줬다. 그러자 옆에 있는 직원들에게 묻는다.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는 전화를 한다. 결국 직속상사에게 물어보더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된다고 한다.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챗봇조차 믿지 못하는 것일까?
젊고 예쁜 직원이 카운터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