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Oct 29. 2023

배드민턴 경기를 보면서

BWF(Badninton World Federation, 세계배드민턴연맹) TV를 통해 배드민턴 경기 하이라이트(보통 한 경기당 5분에서 10분)를 시청하는 취미가 생겼다. 거의 매주 목금토일 세계 어디선가 배드민턴 경기가 열린다. 코리아 오픈도 그중의 하나다. 소위 탑 랭커들의 경기를 보다 보면 영어로 실황 중계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주 들리는 형용사들을 모아 봤다. 이런 단어가 귀에 들릴 때 나도 함께 경이로움에 감탄한다.


excellent(훌륭한, 탁월한)

fabulous(엄청난, 굉장한)

wonderful(아주 멋진, 경이로운)

brilliant(성공적인, 뛰어난)

lovely(사랑스러운, 매력적인)

fantastic(환상적인, 기상천외한)

beautiful(아름다운, 멋진)

terrific(아주 좋은, 엄청난)

incredible(믿을 수 없는)

unbelievable(믿기 힘든)

magnificent(참으로 아름다운)

tremendous(엄청난, 굉장한)


승자와 패자가 있는 스포츠경기는 만약 한쪽을 응원한다면 더 몰입된다. 한국인이기에 당연히 안세영 같은 한국선수들을 응원하지만 외국 선수들 간의 경기에서는 누구를 응원할까? 실력이 출중한 선수를 응원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약간 실력은 딸리지만 잘 생기고 예쁜 선수를 응원한다. 왜 그럴까?


유난히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게 되는 선수가 있다. 실력도 좋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즈음 인도네시아의 Jonatan Christe에 빠졌다. 좋아하게 된 이유를 면밀히 생각해 보았다. 잘 생겼다. 아름다운 육체를 가졌다. 우아한 몸놀림이다. 또?


얼굴이 잘 생겼다는 것과 못 생겼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배드민턴계 말고, 우리 주변에 영화배우 뺨치는 얼굴은 제법 많다. 그렇지만 세계 배드민턴계에는 실력이 중요하기에 잘 생긴 얼굴을 가진 실력 있는 선수는 드물다. 막 생긴 감자 같은 얼굴도 있고, 왠지 기분 나쁜 사기꾼 같은 얼굴도 있고, 왜 그리 촌티가 나는지 모르겠는 얼굴도 있다. 실력은 다 출중하다. 다 세계적인 선수들이라...


남자의 잘 생긴 얼굴이란 약간 각진 사각턱이 필수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즈음 잘 생긴 얼굴은 미소년 같은 야리한 얼굴이다. 사각턱이 아니라 약간 뾰족한 턱을 가진 갸름한 얼굴 아닐까? 자기 얼굴에서 잘생긴 기준을 찾는다는 말도 있다. 평생 거울을 통해 보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것이다. 그렇지만 깊은 눈매, 짙은 눈썹과 풍성한 머리털, 오똑한 코와 얇은 입술이 남자를 잘 생겨 보이게 하는 요소 아닐까 싶다.


불행하게도 얼굴은 타고나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엄마 아빠의 유전자 조합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후천적으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은 표정이다. 그렇지만 그 표정도 성장하면서  받는 혜택이 상당 부분 좌우한다. 여유 있는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크면, 기본적으로 표정에 여유와 낭만이 보인다. 어렵게 크면 좋은 표정을 만들어 내기도 힘들다. Jonatan은 잘 생기고 표정도 좋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무슨 종목인지는 모르겠다)였다는 아버지가 운동을 권했는데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는 것이 싫어 배드민턴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햇볕을 싫어한다.


균형 잡힌 몸과 그렇지 못한 몸을 평가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


비례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단 키가 어느 정도 크고 봐야 한다. 유전적으로 작은 키가 생존에 불리해서 인간의 평균키는 계속 커왔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작은 키를 극복하고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많다. 작은 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한 사람들 얘기다. 배드민턴 네트의 높이가 1.5 m 밖에 안되지만 큰 키가 훨씬 유리하다. Jonatan은 179 cm, 80 kg 이란다. 균형 잡힌 몸이라 보기 좋다. 균형 잡힌 몸의 기준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아닐까 싶다. 길이의 비례뿐 아니라 굵기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느끼는 기준을 제시한다. 현대에는 그 보다 조금 더 날씬한 몸매가 환영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기 좋은 슬림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에 열심이다.


배드민턴은 한 세트를 뛰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Jonatan의 운동복 상의가 그의 등짝에 완전히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세트를 뛰기 위해 카메라가 비추고 있음에도 Jonatan은 상의를 훌떡 벗고 갈아입는다. 다부진 가슴과 어깨 근육이 근사한다. 자기 몸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우아한 몸놀림과 그렇지 못한 몸놀림의 기준은 무엇일까?


춤추는 사람을 보면 보기 좋은 춤과 영 아닌 춤을 구별해 낼 수 있다. 댄스스포츠, 아이스 댄싱, 하이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말로 표현 못할 차이를 느낀다. 배드민턴은 코트를 뛰어다니는 스텝이 춤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유 있는 빠른 스텝이 보기 좋다. 춤추는 것 같다. 균형 잡힌 몸이 코트를 앞뒤 좌우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우아하다. Jonatan이 그렇다. 물론 잘 치는 모든 선수의 움직임이 다 우아하다. 우아하고 빠른 스텝을 밟아야 정확하게 타구 할 수 있다.


Jonatan은 Roman Catholic이다. 경기가 끝나면 성호를 긋는다. 그 모습도 보기 좋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경기를 이긴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상대방 선수와 네트 위에서 악수할 때도 항상 여유 있는 표정이다. 설혹 졌어도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형식적인 악수를 나누는 선수도 많다. 표정에 거만함이 드러나는 선수도 있다.(스페인의 Carolina Marin처럼) 이겼다는 것을 포효하는 선수들이 많다. 안세영도 그중의 하나다. 일종의 팬서비스라고도 생각되지만, 포효하는 선수를 바라보는 진 선수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리고 내일 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자처럼 포효하는 것이 우스꽝스럽지 않을까?


excellent, fabulous, wonderful, brilliant, lovely, fantastic, beautiful, terrific, incredible, unbelievable, magnificent, tremendous 같은 형용사가 내 인생을 표현하는 단어였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https://youtu.be/9RS3zHaRqEs?si=NPyrHcMYNK_RwMPa





이전 2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