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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r 29. 2024

암컷 vs. 수컷

내 주변에 정말 똑똑한 딸들이 많다. 그런 딸을 갖고 있는 친구와 지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 딸들이 30을 훌쩍 넘긴 미혼이 많다는 것이다. 언제 결혼하냐고 묻지를 못하겠다. 사귀는 남자는 있냐고도 묻지를 못한다. 결혼할 남자 소개해 주겠다는 말도 못 하겠다. 사실 결혼할 마음 있는 젊은 남자가 내 주변에는 없다. 하나 있는 89년생 내 아들은 4년 전에 내게 비혼선언(https://brunch.co.kr/@jkyoon/313 )을 했다.


똑똑한 딸들은 자기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 있는 남자를 원한다. 최소한 자기만큼은 똑똑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 남자 흔하지 않다. 딸들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결혼은 도박이다.( https://brunch.co.kr/@jkyoon/416 ) 투기일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계약이기도 하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 어르신인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거'라고도 하지만, 왜 나만 아낌없이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아낌없이 주겠다고 마음먹어도 그 마음이 평생 변하지 않고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문제가 싹튼다.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니까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야만의 시대를 살던 때 얘기다.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근력이 좀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직 평균일 뿐이다. 드물지만 아내에게 맞고 사는 남자도 있고, 평균 남자보다 근력이 좋은 여자 운동선수는 제법 많다. 정신력, 인내력, 판단력을 비롯한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결코 약하지 않다. 대학입시나 소위 고시라는 분야처럼 좋은 머리와 끈질긴 인내력을 요하는 공부에서 여자들이 결코 남자보다 약하지 않다. 그래서 현대에 똑똑한 딸들이 많은 것이다.


똑똑한 딸들은 30대가 되면서 고민이 많아진다. 결혼적령기란 것은 이미 사라졌지만, 30대가 넘어서면 출산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반박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암컷만이 갖는 출산 능력이 모든 고민의 시작이다. 수컷들은 출산 능력이 애초에 없기에 고민할 것이 없다. 70대에도 친자식을 얻는 수컷들도 있는 것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수컷들이다.


지난 인류의 역사에서 가부장인 남자들이 엄청난 차별을 여자들에게 행해왔다. 집에서 애나 키우라고...


남녀로 구별되는 스포츠분야에서 암컷과 수컷을 가르는 기준은 수컷호르몬의 농도지만, 출산능력이 있고 없고 가 사실 남녀의 기준이다. 남녀 차별이 천지창조(창세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출산이란 배란, 수정, 착상, 태반의 형성, 태아의 발달과정을 거쳐 그렇게 고통스럽다는 분만으로 완성된다. 출산 이후에는 수유를 비롯한 보육 및 양육에 어마무시하게 긴 시간을 요하는데 대부분의 주 양육은 암컷이 수행한다. 출산 이후의 보육과 양육은 수컷도 마음먹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수유는 절대 못한다. 소젖이나 동냥젖(심봉사가 심청이를 수유한 것)으로 키운다면 모를까.


여자의 입장에서 출산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여자는 출산을 해야 여자로 인정받고  대접을 받는다. 여자의 존재이유가 출산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저출산(아니 저출생) 문제는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남자나 여자나 더 오래 공부해야 하고 안정된 직장을 구해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데 공부도 30대까지 오래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안정된 직장도 거의 없어졌다. 안정된 직장이 없어졌으니 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들만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면허가 없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생존자체가 불확실한데 무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운단 말인가?


이즈음 자신의 난자를 채취(배란촉진하여)하여 냉동하는 여자들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난자 냉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고 한다. 서울시와 충청북도에서 2023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는데, 평생 한번 시술비의 50%를 200만 원 한도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얘기는 난자 냉동 비용이 삼사백만 원 정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의 가임능력은 나이 들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난자를 냉동보존하고 싶은 마음(언제 결혼하고 출산할지 모르니)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수컷의 비혼선언은 당분간 나를 귀찮게 하지 말란 얘기지만, 가임기 암컷의 비혼선언은 출산 포기선언이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능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민에 따른 결정이다. 수컷은 없는 이 능력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무척 두려울 것이다. 옛날의 기준으로 보면 자신이 암컷임을 부정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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