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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15. 2024

송끄란(Songkran)

칸차나부리 골프장에서 송끄란 축제를 경험했다.


태국의 전통 달력으로 정월 초하루 4월 13일(송끄란)부터 4월 15일까지 3일 동안 열린다. 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문화축제이자 태국을 대표하는 축제이다.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가족, 이웃 등에게 물을 뿌리는 놀이가 유명해 '물의 축제'라고도 불린다. 태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며 치앙마이 축제가 특히 유명하다. 치앙마이는 13세기경 세워진 란나타이 왕국의 수도였는데, 송끄란은 란나타이 왕국에서 거행한 새해맞이 행사에서 시작되어 태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취지의 축제는 태국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그리고 태국의 타이족과 연관된 다이족이 있는 중국 윈난성 남부에도 존재한다. 설날, 추석처럼 가족들이 새해를 지내기 위해 모두 모이는 날이다. 사원을 방문하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사찰에 대한 공물 바치기를 비롯하여 집안대청소, 가장행렬의 가도행진, 미인선발대회 등 각 지역 특색에 맞춰 진행된다. 또한, 불상에 물을 뿌려 먼지를 씻어내고 불공을 드린다. 송끄란 축제 행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을 뿌리는 것이다. 물 뿌리기는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부처의 축복을 기원하기 위해 불상을 청소하는 행위에서 유래했다.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축복한다는 뜻으로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데 특히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물은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어 지난 한 해의 불운을 모두 쫓아내고 다가오는 새해에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물을 뿌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도심에서의 물총싸움이 아니고, 송끄란은 새해를 맞아 복을 비는 축제이다. 칸차나부리는 미얀마와 가까워 골프장의 거의 모든 근로자들이 미얀마 출신이다. 미얀마는 아시아의 최빈국으로 정말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가 이 지역의 강자였을 때 태국은 버마의 동네북이었다. 지금 미얀마의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 돈을 벌기를 원한다. 바로 옆나라인 태국에 많은 미얀마 근로자들이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태국이지만 칸차나부리 골프장의 송끄란 축제는 미얀마 근로자를 위한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태국에서 일하고, 신년인데도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축제였다. 축제가 성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하니, 골프장에서 장박하고 있는 한국 골퍼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미얀마 근로자들 중에 한국말을 제법 하는 사람들이 골프장 리셉션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는지는 모르겠다. 학원을 다녔는지? 한국드라마(미얀마 TV에서 종일 방영된다)로 배웠는지? 미얀마 처녀들이 어설픈 한국말로 행사를 진행하고, 캐디나 하우스키퍼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을 춘다.


이국 땅(태국)에서  낮은 급여를 받고 일하는 미얀마 처녀들을 위한 축제를 보면서, 5년 전에 미얀마에서 만났던 에이미(Amie)가 생각났다. ( https://brunch.co.kr/@jkyoon/244 ) 에이미는 양곤의 일본어 학교의 교감이었다. 교장은 일본인이고, 미얀마 처녀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일본 회사에 취업시키는 학교(?)다. 미얀마에서는 제법 괜찮은 비즈니스였지만, 팬데믹이 일본어 학교를 문 닫게 했다. 3년의 팬데믹은 끝났지만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벌어져 지금은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결국 일본어 학교도 문을 닫았다.


에이미는 지금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에이미를 만난 곳은 미얀마 북부의 헤호 공항이었다. 일주일간의 미얀마 북부 단독 배낭여행을 마치고 양곤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본 미얀마 여인들은 모두 슬리퍼나 조리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혜호 공항에서 본 에이미는 베이지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어쩌면 미얀마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그녀와 대화를 시작하고, 그녀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양곤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나라, 어느 시기, 어떤 부모 밑에서 탄생하느냐를 선택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는 시작을 바탕으로 인생이 흘러간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무수한 중생들에게 불교는 '환생'이라는 마약을 팔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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