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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15. 2024

우도에서 야영 1

키르기스스탄 출발(6월 22일)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https://brunch.co.kr/@jkyoon/695 )


농협 텐트와 농협 에어 매트리스를 알리에서 샀다. 웬 농협? 중국 아웃도어 브랜드에 Naturehike란 것이 있다. 줄여서 NH라고 하는데 NH 하면 농협이 연상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Naturehike를 농협이라고 한다. 한두 번 사용하고 망가져서 버린다 해도 아깝거나 안타깝지 않을 만큼 겁나게 싸다(텐트는 8만 원, 매트리스는 2만 원). 몇 년 전에 산 농협 등산스틱은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어르신이 과연 백패킹이 가능할지 시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산 백패킹 장비들이 키르기스스탄까지 갖고 갈 만큼 괜찮은지도 시험해봐야 한다. 마침 서귀포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백패킹을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제주도의 백패킹 장소로 우도 옆 비양도의 연평리가 검색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도는 너무 많은 렌터카가 입도하여 아예 차량출입을 금지시켰다. 예외가 있는데 제주도민이거나 우도에서 숙박하거나 65세 이상 어르신은 차량을 갖고 갈 수 있다. 그래서 어르신이 되면 우도관광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적 있다. 우도는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좀 크다. 그러니 어르신은 차 타고 돌아보는 것을 허용해 준 것이다.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두 개 있다. 협재 해수욕장 앞의 비양도는 제법 큰 섬이라 사람이 산다. 성산 앞에 있는 우도의 부속섬으로 비양도가 있다. 우도와 비양도는 현무암 석축으로 연결되어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아주 작은 섬인 우도 비양도는 우리나라 백패킹의 3대 성지(?)라는 연평리를 갖고 있다. 제주도의 가장 동쪽 끝이라 가장 먼저 해가 뜬다. 그래서 일출의 명소라고 한다.


서귀포의 아들 집에서 하루 자고 종달항으로 차를 몰았다. 우도 가는 배편은 성산항에도 있다. 성산항에는 30분 간격이고 종달항은 한 시간 간격이다. 우도에는 하우목동항과 천진항이 있다. 작은 섬 치고는 배편이 많다. 그만큼 관광객이 많다는 얘기다. 어르신이 되어 난생처음 우도에 왔다. 점심 전이었지만 일단 비양도 연평리로 향했다. 텐트 치고 잘 장소부터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여차하면 숙소를 잡아야 한다.


연평리 야영지는 평평한 잔디밭이다. 비교적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있고 주차장과도 아주 가깝다. 샤워장만 없다 뿐이지 무료 오토캠핑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넓은 들판에 대여섯 개의 텐트들이 이곳이 야영지임을 알려준다. 얼른 내 자리를 잡고 싶지만 햇살이 너무 뜨겁다. 해가 좀 넘어가기를 기다리자니 이제 겨우 정오다.


근처 음식점에서 성게비빔밥을 먹고 우도 관광을 시작했다. 검멀레 해변에서 파워보트를 타고 해식동굴도 들어가 보고, 등산화로 갈아 신고 우도봉도 올랐다. 역시 높은 곳에서의 전망이 좋다. 힘들여 오른 보상이 있다. 우도의 해안도로를 차로 일주했다. 제주도 본섬의 해안도로보다는 좁다. 관광객들이 타는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와 소형 전기자동차로 좁은 해안도로가 붐빈다. 일반 렌터카의 입도를 막은 대신 소형 탈것들의 렌트 영업이 성황 중이다. 소형 전기버스가 수시로 해안도로를 운행한다. 버스가 중국 비야디 자동차다.


중국관광객이 자주 마주친다. 여기저기 안내판이 중국말로 쓰여있다. 중국 단체여행 패키지에 우도가 포함되어 있나 보다.


다섯 시가 되어 드디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바다 전망이 좋은 자리를 찾다 보니 봉수대 바로 옆에 사람들이 텐트를 쳤던 자리가 있다.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란 자연보호 표어가 생각났다. 아침에 해가 뜨는 방향을 텐트의 입구와 맞췄다.


새벽에 눈뜨면 텐트의 지퍼를 올려 침낭 속에서 일출을 볼 요량으로...

검멀레 해변의 파워보트
우도봉에서 하산하며
백패킹 성지
해가 뜨는 방향에 맞춰
일몰도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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