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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13. 2024

굵고 짧게? 가늘고 길게?

헬스클럽을 등록했다.


아침마다 재미있게 치고 있는 배드민턴을 더 오래 치려면 다리 근육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드민턴을 충분히 땀내며 치고 있지만 어르신은 결국 무릎이나 발목관절이 망가져 배드민턴을 접을 수밖에 없다. 언제일지 모른다. 아무리 열심히 관리해도 오래된 자동차는 어느 순간 큰 고장이 난다. 자동차의 잔존가치보다 큰 수리비를 들이면 자동차는 고쳐서 다시 예전처럼 탈 수 있지만, 인간의 신체는 결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직 재생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면역력을 키우고 근육을 유지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뿐 아니라 근육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온갖 기구들을 들어 올리는 헬스는 재미가 없어서 제대로 한적 없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시작되어 심하게 배드민턴을 치거나 동기 등산모임을 하고 나면 오른쪽 무릎이 약간 새큰거린다. 그래서 근육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좀 더 오래 배드민턴을 치고, 좀 더 오래 골프를 치고, 우아한(?) 걸음걸이를 남보다 더 오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아침마다 배드민턴을 치는 체육관에 헬스장이 있다. 사설이 아니고 공설이다 보니 헬스장 사용료도 어르신이라고 30% 할인해 준다. 등록하고 처음 헬스장에 갔더니 헬스장과 회원들을 관리하는 트레이너가 있다. 내 사정을 얘기하고 다리 근육 강화를 위한 장비와 기구 사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무릎관절과 고관절을 위한 운동기구들의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가벼운 무게를 여러 번 들어 올리나 무거운 무게를 조금만 들어 올리나 운동 효과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무릎관절을 구부렸다 들어 올릴 때 힘을 쓰는 기구에서 20kg 무게를 50번 들어 올리나 50kg 무게를 20번 들어 올리나 운동효과는 비슷하니 처음에는 가벼운 무게를 여러 번 들어 올리고 천천히 무게를 높이면서 횟수를 줄이라고 코치한다. 성질 급하신 분들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무거운 것 들어 올리다 오히려 다치신다고.




인생을 굵고 짧게 살 거냐? 가늘고 길게 살 거냐? 한번 사는 인생인데...


굵고 길게 살고 싶겠지만 그것은 욕심이다. 그러니 욕심은 버리고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젊은 사람은 굵고 짧게 사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난 내가 스무 살에 요절할 천재인 줄 알았다는 노래가사가 있는 것을 보면 요절할지언정 천재이고 싶은 마음 아닐까?


이제 건강수명이 얼마 남지 않거나 평균 건강수명을 이미 넘긴 어르신들은 가늘고 길게 장수하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이미 남들보다 오래 살만큼 다 살았는데도 말이다.


배드민턴 동호회가 쉬는 일요일 아침 9시에 헬스장을 갔다. 헬스장은 주말에는 아침 9시부터 문을 연다(주중에는 다섯 시인가? 여섯 시인가? 그렇게 일찍 안 가봐서 모른다).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 아침 재미없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 거의 없을 줄 알고 갔다가 놀랬다. 9시 개장시간에 사람들이 몰려 샤워장 탈의실이 북새통이다. 간신히 환복하고 나오니 헬스장의 거의 모든 기구들을 나 같은 어르신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참 부지런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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