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추모 프로필
정말 우연이었다. 카카오톡 앱의 설정을 누른 것은...
'설정' 화면을 둘러보다 '개인/보안'을 눌렀다. 못 보던 '추모 프로필 설정'이란 것이 있다. 추모 프로필이라니... ( https://cs.kakao.com/helps_html/1073205009 )
'사후 추모 프로필 전환을 지원합니다. 내가 생전에 지정한 대리인에게 권한이 부여됩니다.'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감은 오는데, 누구를 대리인으로 지정할까?
딸과 아들이 있지만 결정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딸은 근처에 살고 있어 거의 매일 만나지만, 아들은 서귀포에서 아주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 딸을 대리인으로 지정 신청하면 딸에게 메시지가 간다. 수락여부를 결정하라고...
딸을 대리인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조마조마했다. 딸한테 바로 전화 올까 봐...
'아빠 대체 무슨 생각이야? 어디 아파? 많이 아픈 거야?' 하며 따지듯이 전화 오거나,
울먹이면서 '아빠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왜 날 울리는 거야?' 하며 전화 올까 봐...
괜히 마음 졸였네.
신청하신 대리인이 수락했다고 바로 메시지가 뜬다.
내 수의도 지정했고( https://brunch.co.kr/@jkyoon/198 ),
내 영정사진도 완성했기에( https://brunch.co.kr/@jkyoon/341 ),
딸이 무감각해졌거나 이즈음 아이 둘 키우느라 정신없거나...
대리인은 지정됐고, 다음은 대리인만이 볼 수 있는 마지막 편지 남기기다. 카카오톡 공간을 사후에 일정기간 관리한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그렇게 가까운 사람만이 사후에 보게 될 마지막 편지를 작성한다는 것은 울면서 쓰는 편지 아닐까? 눈물로 쓸 편지 아닐까?
지금 바로 편지를 써야 하지 않아 다행이다. 추모프로필 설정은 10년 동안 유효하다. 만약 10년 이상 살면 다시 지정해야겠지? 죽기 전에만 작성하면 된다. 일종의 유서로 인정받을 수는 없을까?
마지막 편지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카카오톡 추모 프로필을 관리할 대리인을 지정했다는 것이 어르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당신은 누구를 대리인으로 지정하시렵니까?
함 생각해 보세요!
누가 당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인지를 분별할 좋은 기회입니다.
또는 누구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싶은지 판단할 좋은 기회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