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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Nov 03. 2024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어르신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항상 고민 중이다.


정년퇴직하여 사회적 죽음( https://brunch.co.kr/@jkyoon/657 )은 이미 맞이했으니, 호구를 위한 노동은 할 이유도, 할 필요도 없다.


어디서 읽었다.


'암에 걸린 어느 중년의 의사 선생님이 자신의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했다. 한 달이면 가족과 보내고, 일 년이면 여행을 떠나고, 이 년이면 책을 하나 쓰고, 오 년이면 다시 환자들을 진료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정해져 있는 인생이 잘 사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사 선생님의 생각에 격하게 공감한다면 여기 정답이 있다.


한 달인지, 일 년인지, 이 년인지, 오 년인지 모른다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귀중함을 항상 느끼면 된다. 뼛속 깊이 느껴야 한다. 가족을 보는 내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달라진 눈빛에서 가족들은 내 마음을 읽을지도 모른다. 함께 시간을 보낼 가족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가족을 만들면 된다.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면, 더 큰 기쁨을 누릴지 모른다.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 여행을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허니문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친한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 모두 종합행복세트( https://brunch.co.kr/@jkyoon/732 )라고 한다. 근사한 경치를 보며, 맛있는 것 먹고, 깔깔거리며 다니는 여행을 싫어할 사람 없다. 그렇지만 동행을 구하기 쉽지 않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동행을 구하지 못해 여행을 포기하곤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방랑이다. 방랑 중에 아주 짧은 구간, 동행을 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혼자라도 떠나는 것이 최선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아무런 흔적 없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운명이다. 그 운명을 조금이라도 거스르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호랑이는 가죽이라도 남긴다는데... 글쓰기는 사랑한 것을 불멸화하려는 노력이라고 어느 누가 정의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행복한 순간을 불멸화하려는 덧없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영생하고 싶은 마음은 사진 찍기와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결국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어르신은 일상을 가족과 보내고, 여행과 글쓰기로 채우면 된다. 




의사란 직업은 정년이 없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죽기 직전까지 환자를 돌본다. 정년이 없는 직업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난 모르겠다. 정년 없이 일하다 죽으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시간이나 여유가 없을 것이다. 굳이 지난 인생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많은 후회와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후회나 억울함을 느낄 겨를 없이 일하다 죽는 인생이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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