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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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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쌀에 얽힌 불편한 진실


현미밥? 잡곡밥? 어느 것이 좋은가?


1. 건강을 챙긴다면서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챙겨먹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잡곡 시장은 십수년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서, 아마 그게 한국1인당 GDP가 2만불을 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하던가?

지금은 일부러 챙겨먹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정제 탄수화물을 안 좋다면서 쌀밥부터 끊는 사람도 많이 있고..


그런데, 쌀을 역시나 십수년 넘게 연구해본 내 생각은..

솔직히 백미맛도 잘 모르는데 현미를 먹고 잡곡을 먹으면 뭐하리? 라는 것.


한국인에게 있어. 밥이란. 그냥 한끼 때우는 거였지.

그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음식은 아니었다.


2. 품종별 밥맛을 구분하면서 먹겠다고 하는데...

하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쌀은 품종별로 밥맛이 구분될 수 있는 상태의 쌀이 아닙니다.

혼합미라서 그렇다고요?

아뇨. 쌀 품질자체가 최상급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쌀이기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밥용 쌀은 철저히 품질을 관리하고 다른 용도의 쌀과 섞이지 않도록 구분하여 관리합니다.

그러니 밥소믈리에 자격증 시험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최상급의 쌀로 밥을 지으니, 밥맛이 품종별로 구분이 됩니다.


한국에서 넘어가서 볼정도로 대단한 밥소믈리에 자격증이지만..

그걸 한국에서 일본처럼 소믈리에 자격증 만들어 시행한다? 

이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봤는데.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3. 품종별 최상급의 쌀을 어떻게 구한다?

내가 RPC를 직접 하기 전까지는.. 아마 그게 힘들거 같다는 생각.

나름 생산에 진심이고 열심인 농부들이 있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품종별 쌀품질이 표준화되지 않아서..

뭐가 1등급쌀인지 2등급인지 구분이 안되어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식용쌀을 밥쌀과 가공용으로 등급을 나누어 관리를 합니다.

그것도 더 세분화하여 일본은 총 5개 등급이. 미국은 총 7개 등급이 있습니다.


한국은요? 달랑 2개입니다. 합격과 불합격.

정부수매가 가능한 쌀. 합격, 수매가 불가능하면 불합격.

정부수매를 할 게 아니라면 등급조차 없습니다.

비식용을 식용으로 팔아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대충 1등급이라고 써서 팔아도 그걸 수거해서 단속하지 않기때문에 그냥 팔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왠지 많이 싼 쌀을 사서 개이득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면 아닌 이유가 이런 데에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꽤 큰 쌀도매업체가 도매가보다 싸게 쌀을 김밥집에 납품하더군요.

그게 무슨쌀인지 품질수준과 출처는 뻔한데.. 

그게 나쁜 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나 성적서가 없으니.. 괜히 밝혔다가 명예훼손 소송당할 수 있기에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 이렇듯. 쌀의 맛과 품질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데..

여기에 건강생각한다고 시장이 현미밥이나 잡곡밥으로 가버리면..

한국쌀의 고유품질은 찾기 힘들어집니다.


몇년전부터 유행하는 향미. 고소하다고 해서 많이들 찾으십니다만..

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쌀에 그런 다른 향을 넣어버리면, 한국인들이 진짜 알아야할 한국 고유의 쌀맛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삼광과 오대미의 맛 구분을 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있나요?


없습니다.


쌀품종별 품질에 대한 논문과 보고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없고, 그런 걸 가르쳐주는 문서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한국에 유통되는 품종별 쌀밥맛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고..

으례 하듯이 사람의 입으로 관능평가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맛의 지표성분 분석과 아밀로스/아밀로펙틴 함량, 텍스쳐분석기를 사용한 밥맛 식감의 기기분석까지... 실시하여 이걸 관능데이터랑 결합하여 해석하니.. 

대략 품종별 차이는 어떻게 구분하여 파악할 수 있겠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용역결과이기에 70여페이지되는 보고서를 발주처에 제출했습니다만.

아쉽지만 보고서 내용은 대외비로 감춰져 있습니다.

그 이유가 웃긴데.. 그걸 보면 농민들의 항의가 심해서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때문에 감히 공포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품종별 밥맛과 함께, 품종에 어울리는 반찬과 일품요리들도 함께 제안해놓았지만, 그것정도만 조금 공개되었을뿐. 제가 과학적으로 밥맛 연구를 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5. 어떤 쌀을 먹을 것이냐...에 대해 질문을 받을때면..

항상 떠오르는 경험이 이겁니다.

쌀품질과 먹는 방법, 식미에 대한 연구가 이정도밖에 안됩니다.

아니까 한숨만 나옵니다.


국민들이 쌀을 안 먹으니 문제라고 하는데...

그럼 국민들이 쌀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뭔가 방법을 연구해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런 건 접어두고, 초중고학교가서 1000원 아침밥 제공한다고 홍보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앞뒤가 바뀐게 아닌가 합니다.


그 홍보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홍보는 잘 되고 있고, 잘 하고 있는 거지만..

동시에 좀더 본질적으로 국내 쌀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연구를 해야죠.

품종별 밥맛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조차 없는 상황에..

과연 국민들이 알아서 쌀소비를 늘려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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