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근 중이었고 버스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의 풍경이었다. 나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고 꾸벅꾸벅 졸면서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너무 평범해서 지루한 풍경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면은 내게 감동이 되었다. 내게 소소한 감동을 준 건 두 여성이었다.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내 앞에 한 여성분이 앉아 있었다. 나이는 우리 엄마 또래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살짝 많아 보였다. 그분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어떤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나는 드라마나 자신의 관심사가 담긴 유튜브 채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해당 영상은 영어 강의 영상이었고, 그분은 한 문장, 한 문장을 따라서 속으로 읊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시고,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존경스럽고 멋있었다. 그분이 내리고 나서 또 다른 여성분이 탔는데, 마찬가지로 우리 엄마와 또래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살짝 나이가 더 있어 보이는 분이었다. 비워진 내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프린트를 꺼내셨다. 그 프린트는 영어단어랑 문장이 적힌 프린트였다. 그날 우연히도 버스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나이 많은 여성 두 분을 뵈었다.
저 나이에도 공부를 계속하시다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단어를 외우는 모습이 큰 울림을 주었다.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내가 배우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내 나이가 언제든지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일은 유명한 작가나 교수나 하는 줄 알았지, 이렇게 일상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엔 이렇게 평범하지만 멋진 사람들이 많다. 나도 저 두 분처럼 늙어 가고 싶다. 두 분들은 모르시겠지, 두 분의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 잔잔한 용기가 되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