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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Oct 09. 2022

秋分



2022년 9월 23일은 추분이었어요.

추분에 쓰기 시작해서 이제 막 한 번 끝이 난 시로 일기를 대신합니다.



추분



심고 자라고 기른 것들을 걷는다
사람들이 거둔 것들을 내어놓고 나눠주고 있다

너는 나에게 양털 모피와 따뜻한 단호박 수프, 갓 구운 빵들을 팔 한가득 안겨주었지
부드럽게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두 뺨을 데우고
한기가 올라오는 대지의 단단함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세상이 어둠을 향해서 물들어가고 있다
스러져 가는 빛의 운동
정확히 두 개로 갈라지는 저녁
노을을 보았다

너는 내가 네게 준 것을 언젠가 되돌려주어야 해
내가 어둠에 완전히 잠기지 않도록
내가 나눠준 빛을 다시 내게 나눠 줘

 하나에서 다시 하나로 옮겨가는 운동
밤에서 아침이 다시 되는 것처럼
봄에서 겨울로 다시 이행하는 것처럼
다시, 다시

하늘은 끝없이 높아져 가고 있었고
우리 둘 사이에 가득 찬 가을 공기
노을처럼 붉어지는 피부
서늘한 서리 같은 눈동자

오늘 하루가 지나면 난 다시 내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해
동굴 안에서도 잊지 않고 있을게
나는 네게, 네가 준 것을, 언젠가,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걸

따뜻함이 그리워질 때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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