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해독과 느린 해독의 사이의 균형
‘디톡스(detox)’는 이제 건강 키워드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SNS에는 3일 주스 클렌즈, 간 해독 주스, 숯 해독 보충제, 레몬 디톡스, 그린 스무디 클렌즈, 해독수, 콜론 클렌즈(Colon Cleanse), 비트 주스 다이어트, 양배추즙 디톡스, 밀크시슬 간 클렌즈, 글루타치온 화이트닝 디톡스, 활성탄 캡슐, 스피루리나 정화 프로그램, 클로렐라 해독 프로젝트, 애플사이다비니거 다이어트, 유근피 해독차, 민들레 뿌리 해독티, 오일 풀링 클렌즈, 3일 수분 단식, 14일 장 디톡스 챌린지, 건식 브러싱 해독법, 족욕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 마음 해독 명상, 비건 클렌즈 5일 프로그램, 로푸드 클렌즈, 슈거 프리 7일 챌린지, 글루텐 프리 디톡스, 알칼리 식단 클렌즈, 인터미턴트 패스팅, 하루 한 끼 단식 해독법, 리셋 주스팩, 비타민 수액 디톡스, 림프순환 클렌즈 마사지, 클레이 마스크 피부 디톡스, 해독 젤리, 디톡스 패치, 간편 한 잔 디톡스 파우더 등등
이 모든 게 “독소 제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현대인의 욕망이다. 몸속 노폐물, 지방, 피로, 심지어 스트레스까지 해독이라는 단어를 한데 묶여 마치 주스나 알약 하나만 먹으면 단박에 제거할 수 있는듯 광고한다. 하지만 빠른 해독을 약속하는 것들은 대체로 짧고, 자극적이며, 때론 몸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현대의 해독 트렌드는 대부분 “단기 정화”를 목표로 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의 섭취를 일정기간 제한해서 소화기관을 쉬게 하며, 디톡스 제품을 먹어 배출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에는 가볍고 상쾌한 효과를 주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몸의 독을 없애는 동안, 몸을 지탱하던 에너지도 함께 빠져나간다.
단기적인 정화 뒤에는 쉽게 피로가 밀려오고 신체의 자연 회복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보충제 형태의 해독식품은 기능성 원료 중심으로만 설계되어 음식 고유의 조화나 미생물 생태가 빠져 있다. 자칫하면 신체 균형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즉, 빠르지만 위험한 해독이다.
전통의 해독법은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는 균형이 있다. 예를 들어 황태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하고, 간 해독에 좋은 메티오닌이 풍부해진다. 인위적인 정화가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숙성시킨 해독의 과정이다. 된장, 청국장, 식초, 효소식품 같은 발효식품 역시 세균과 효모의 생명 순환을 통해 독을 풀고 몸의 면역계를 천천히 강화한다. 전통 해독식품은 속도가 느린 대신 몸의 생태계를 균형있게 회복시킨다.
몸의 독은 단순히 노폐물의 문제가 아니다. 과식, 스트레스, 불면, 불균형한 감정 또한 독이다. 따라서 해독은 단식이나 보충제가 아닌 삶의 ‘리듬’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빠른 해독이 필요할 땐 현대식 방법이 도움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해독은 전통이 가르쳐준다. 한 그릇의 황태국, 한 숟가락의 된장, 한 모금의 효소식초가 몸을 천천히 살려낸다.
해독은 혁명이 아니라 순환이다. 몸을 정화하는 진짜 힘은, 자연이 설계한 느림의 과정에 있다.
https://brunch.co.kr/@dudnwl/873
강의 문의
건강멘탈연구소 대표 dudnw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