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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식탁! 조선 천연항생제 된장의 숨은 생명력

상처에 된장을 바르면 빨리 아무는 이유

by 멘탈샘


옛날 할머니들은 아이가 넘어져 무릎이 까지면 된장을 퍼와 상처에 발랐다. 약이 귀하던 시절, 부엌에서 바로 꺼낸 된장은 곧 응급약이었다. 된장을 바르면 금세 피가 멎으며, 덧나지 않고, 빠르게 살이 아물었다. 된장을 바르면 상처가 낫는 이유는 (염분의 살균력 + 미생물의 항균작용 + 발효산물의 재생촉진력) 때문이다.


된장 속 살아 있는 생명체들


된장은 콩을 삶아 띄운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키며 만들어진다. 된장에는 바실러스균(Bacillus subtilis),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 같은 미생물들이 공존한다. 이들은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을 만들고, 유기산을 생성하며, 자연적으로 항균물질(라이소자임·폴리펩타이드 등)을 방출한다. 그 결과, 된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발효 생태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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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간장의 몸값은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


된장의 짠맛은 단지 맛을 내는 게 아니라 세균 감염을 억제하는 염분막이기도 하다. 여기에 된장 속 유익균이 더해지면, 상처 부위에서 병원성 세균(예: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등)의 증식을 막는다. 대를 이어오는 종갓집 간장은 종자균을 보전해서 전승한다. 종갓집의 장 속엔 수백 년 세월을 이어온 강인한 모균(母菌)인 종자균이 있기 때문이다. 종자균은 수백 년간 염도·온도·미생물 경쟁을 견뎌낸 초강력 유익균들이 살아남은 것이다. 이 균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더 단단한 세포벽을 지니게 되고, 이로 인해 외부 세균의 침입을 억제하는 천연 항생제 수준의 방어력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오래 묵은 장을 바르면 상처가 곪지 않고 금세 낫는다. 비염 환자의 콧속에 거즈로 종갓집 간장을 넣어두면 비염이 사라진다고 한다. 진짜 종갓집 간장의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른다.


지금은 된장은 상처에 바르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요즘은 진짜 된장을 만들기도 구하기도 어렵다. 현대식 된장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게에 균 조성이 단순하고 만드는 속도가 빨라 종갓집 간장의 종균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편리함과 속도를 이유로 전통의 지혜를 밀어내기엔, 그 안에 담긴 과학이 너무나 정교하다. 전통 된장은 미생물과 인간이 공생하며 만들어온 자연 발효의 결과물로 인간과 자연이 합작한 가장 오래되고 안전한 항생제였다. 그 모든 힘은 ‘오래 버텨낸 시간’에서 비롯된다. 된장은 단지 음식이 아니라 세월이 길러낸 생명력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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