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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컴백! 독자는 사라지고 스팸만 들러붙음

당신의 글은 정말 훌륭하고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이 매혹적이다...

by 멘탈샘


브런치를 한참 방치했다가 글을 몇 개 올렸더니 오랜 구독자들은 이미 기억에서 나를 지웠고, 대신 아주 열렬한 누군가가 나타났다.


“당신의 글은 정말 훌륭합니다… 줄거리를 개발하고 주제를 탐구하며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이… 괜찮다면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싶어요~ 제 아이디는[korea5890]입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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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길고, 내용은 없고, 어투는 번역기 냄새가 진하게 밴다. 감상이 아니라 자동재생 칭찬 문구다. 누구에게나 잘 붙는 만능 접착제. 정해진 수순. 미국 거주 → 곧 한국 귀국 → 마음이 따뜻하다 → 좋은 관계 → 친구

그리고 마지막은 카카오톡 아이디 투척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정성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에게나 붙는 저렴한 관계 제안. 진짜 독자는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구독을 누르고 글을 이야기하지, 처음부터 카톡으로 ‘친구 하자’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를 "여러분”이라부르는 부주의함까지.


과장 칭찬으로 문을 두드리고, 관계라는 포장지를 씌우고, 실제 목적은 연락처 수집. 이 뒤엔 어떤 레퍼토리가 있을까? 투자/연애/후원/취업/비즈니스 가장한 사기는 이미 유명하니 또 새로운 장르?


브런치를 다시 살렸더니 스팸이 먼저 달려온다. 이것도 회생의 증거라면 증거다.




내 브런치에 달린 친절한 영혼의 댓글 - 카톡으로 연락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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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가님의 브런치글에 달린 댓글 - 캘리라는 다른 이름으로 댓글인데 연락 달라는 카톡 아이디는 동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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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여러 아이디의 비슷한 느낌의 댓글이 아주 많음을 발견했다. 브런치마저 이렇게 오염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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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통조림 스팸은 무슨 잘못을 해서 ‘스팸 메시지’의 대명사가 된 걸까?


1. 원래 스팸은 무해했다

스팸은 처음 등장했을 때 그저 착한 식품이었다. ‘Spiced Ham(향신료 넣은 햄)’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라는 설도 있고, ‘Shoulder of Pork and Ham(돼지의 어깨살과 햄)’이라는 유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어디에도 스팸이 폐를 끼친다는 의미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냥 캔에든 좋은 고기였다.


2. 스팸의 운명을 바꾼 코미디 코너

스팸의 명예를 뒤흔든 건 무려 1970년대 영국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썬이었다. 그들은 무대를 평범한 식당으로 설정해 메뉴를 이렇게 적었다. 스팸 계란/스팸 베이컨/스팸 소시지/스팸 스팸 스팸/그리고 스팸을 곁들인 스팸, 손님이 주문하기 전에 코러스가 쉴 새 없이 외친다. 스팸! 스팸! 스~~~ 팸! 반복 × 과잉 × 뜬금포 × 소리폭주. 대환장. 혼돈· 난장판을 연상케 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과하게 반복되는 것,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 원치 않는데 자꾸 달라붙는 것 모두를 가리켜 “스팸”이라 불렀다.


3. 메시지 스팸은 유해하나 통조림 스팸은 무해하다

사람들은 카톡이나 메일함에 원치 않는 광고가 빼곡히 날아오면 “지겨운 스팸”이라며 가차 없이 삭제한다. 덕분에 통조림 브랜드였던 스팸은 자기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인터넷 시대의 악명 높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통조림 스팸은 잘 팔린다. 문제는 인터넷에서의 ‘스팸’이다. 그들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막아도 다시 찾아오고 끈질기며 불필요한 충성심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통조림의 스팸은 무해하지만 메시지의 스팸은 무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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