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를 찾는 여행자들은 나지막한 산야에서 고향을 생각하며 금방 정들기 시작한다. 산천의 초목들이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한 풍경은 어디나 금수강산이다. 여행지의 음식 또한뱃속의 허기를 달래줄 뿐만 아니라 여행의 멋을 맛으로 충만하게 채워줄 것이다.전국 방방곡곡이 지역마다 특색 있는 대표적인 음식의맛집이 있다.
지금 나주에 가면곡창지대가 펼쳐진 나주평야에 온갖오곡백과를 만날 수 있다. 나주에 왔다면, 여행자의 발길은 곰탕거리와 홍어거리를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나주와 영산포에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맛집들이 많다. 나주시에 올 때마다사계절의 구분 없이따뜻한 국물을 찾아 곰탕거리를기웃거린다.
나주 구 시가지에 건물색이하얗고상호도 하얀 집으로 통하는곰탕집이 있다. 나주곰탕의 원조라고 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집으로1910년에 문을 열어 4대째 이어져 오고있다. 근처에또다른 곰탕집인노안집은 1960년부터 3대째 이어 오고 있고, 남평할매집은 1975년에 문을 열었지만 서로서로 맛은 비슷하다.나주곰탕의 유래는 일제강점기에통조림공장의남은 소머리 및각종부산물을 시장 상인들이살코기를 떼어 국밥형태로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쇠고기의 부산물만 넣고 끓이다가 기름기를 걷어내는 과정을 거치니개운한 맛의국물맛을 찾게 되어. 오일장에서부터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사태와 목심, 양지 등을 넣고 끓이는 음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곰탕 한 그릇은 서민들에게 담백한 국물 맛에살코기가추가되어푸짐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고영양도 보충이 되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나주가 지금까지 곰탕의 본고장이 된 이력은농산물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5일장이선 고장이기도 하다. 과거 나주읍성에 장이설 때마다 사람들은 양 많은 곰탕을 찾게 되었다.
나주곰탕의 맛의 비결 중하나는 토렴이다. 토렴은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방식이다. 뚝배기에 밥과 고기를 담은 뒤 끓는 국물을 떠서 서너 차례 토렴을 하면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깊게배어들어 진미의 곰탕 한 그릇이 된다. 곰탕 한상은쇠고기와 국물에 고명으로 지단, 파,고춧가루, 참깨를 뿌린다. 곁들이는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가 전부다.뚝배기 안은 빨간 고춧가루에 노란 지단과 푸른 파가 어우러지고 연갈색 고기에 맑은 국물이식욕을 자극하니 이미 오감은 만족하여 여항의 찐 맛 잔치가 열리고 만다. 김치와 깍두기를 국물에 넣어 먹는 맛도 얼큰함이 배가 되어 준다. 배도 부르니 금강산도 식후경이 되어 가을 깊숙한 남도 자락으로 스며들어 몸도 마음도 아라리아다.
나주를 지나 남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영산포가 나온다. 영산포 주변은 홍어거리로 유명하다. 600년 전 홍어를 잡아 내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산포까지 오는 데는 뱃길로 보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이때 배에 싣고 온 홍어가 영산포에 이를 때쯤 자연스레 삭혔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별미여서 이로부터 홍어를 삭혀 먹게 되었다.홍어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인 문순태는
코에서는 수천 마리 벌 떼가 날고
입안에서 요지경 속 떼춤을 춘다.
고 할 만큼 홍어 한 점을 마주하는 홍어 마니아들은 홍어맛에 미리 취한다.
마땅히 홍어는 삼합이다. 묵은지에 삶은 돼지고기를 올리고 고추장에 찍은 홍어를 올리면 완성이다. 거기에 김을 추가하여 사합으로 먹기도 한다.
맛을 평가하자면, 시식하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톡쏘듯 큼큼한 홍어와 기름기가 빠진 돼지고기, 맵고시큼한 묵은지, 고소한 김, 새콤한 초장의 맛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씹히고 목으로 넘어가면 5 미의 잔치는클라이맥스다. 홍어가 낯선 이들도 그 기억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
숙성 홍어는 많이 먹어도 탈이 안 나고 콜라겐에 단백질 등이 풍부하여 노화예방, 다이어트, 피부미용, 산후조리 등 건강에도 좋은 보양식이라고 한다.
나주에 왔다면, 곰탕과 홍어를 맛보지 않고 갈 수 없다. 절세미각을 돋우는 별미요리는 곰탕 한 그릇과 홍어 한 점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남도의 정은 맛을 빼고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