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PLS 이혜령 Nov 18. 2015

내 집을 부탁해

방글라데시 집 구하기

방글라데시에서 집 임대하기 

임지로 파견되기 전, 파견될 지역에서 현지인 집에서 10일간 홈스테이를 하며, 현지 적응시간을 갖는다. 업무를 시작 전에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임기 기간 동안 내가 살 집을 구하는 것이다. 오가는 날을 제외하면, 8일 만에 2년 동안 지낼 집을 구해야 하는 거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방글라데시는 부동산이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주위 사람을 통해 소개받거나 ‘TO-LET(셋방 있음)’이라는 표지판이 건물 외벽이나 대문에 붙어 있는 집을 찾아 주인과 직접 거래를 해야 한다. 당연히 혼자 구하러 다니는 것보다는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구하는 것이 좋다. 

▲ To-let 표지판이 붙어 있으면 빈방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 집을 구하러 다닐 때 현지인 직원이 동행을 해줘 비싸지 않고 괜찮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집을 구하는 것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슬람 국가라 여자 혼자 살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열심히 집을 보여주곤 남편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봐 혼자 살 거라고 하면 빈방이 없다고 말을 바꾸는 곳도 많았다. 그리고 빈집이 많지도 않았다. 


실렛 Sylhet에 도착한 첫날 하루를 제외하고 기관 근처 안 가본 골목길이 없을 정도로 동네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집을 구하니 소문을 내달라는 뻔뻔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발품을 팔다 보니 많은 집을 봤고 그제야 무엇을 주의해야 하고 봐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괜찮은 집을 겨우 구해 다음날 계약을 하기 위해 다시 찾아갔는데 전날 내린 비로 집이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곳은 3층이었는데 말이다. 집주인은 별일 아니라고 했지만, 그 별일 아닌 일이 내겐 별일 아닌 게 아니었기 때문에 집을 계약할 수가 없었다. 


돌아가는 날을 제외하고 남은 날은 하루. 집을 못 구하고 돌아가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정말로 극적으로 구세주가 나타났다. 계약에 실패하고 다시 기관으로 돌아가던 중, 난 절박한 심정으로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근처에 빈방 나온 것이 없냐고 물었다. 마침 길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이 저 건물에 빈방이 있다며 뒤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기관과 멀지 않은 곳 있었고, 벌레와 치안이 우려되는 1층이 아닌 점, 그리고 완벽하게 공사를 마친 건물이라는 점, 전날 비가 많이 왔지만, 비가 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무엇보다 방글라데시에서 흔하지 않은 좌변기와 방충망이 있는 집이라니 더 따질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금 30만 원을 요구했지만, 내 수중에 만원도 없었다. 홈스테이 기간 중 분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에 계약금 자체는 생각도 안 하고 돈과 소지품은 최소한으로만 챙기고 온 탓이었다. 어렵게 살 집을 구했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직원과 함께 집주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지역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던 기관장에게 보증을 서 달라고 부탁했고, 기관장의 보증으로 집주인을 설득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극적으로 집을 구했고, 다음 날 나는 바로 집을 계약했다.  



Tip 집 구하기 

1. 1층은 외부인의 침입이 쉽고 습하여 벌레가 많다. 방글라데시 건물은 벽이 얇고 꼭대기 층은 너무 더워 1층과 꼭대기 층은 피한다. 

2. 방글라데시 날씨는 고온다습하므로, 모든 물건에 쉽게 곰팡이가 생긴다. 집을 구할 때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3. 미혼자인 경우, 될 수 있으면 미혼자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4.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에도 사람들이 이주하여 사는 경우가 많은데 완공된 건물에 비해 외부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안전에 취약할 수 있고, 소음이 심하다. 

5. 주변 지역 소음 상태를 체크하자.
집 근처 공사를 하고 있는지, 모스짓(이슬람 사원, 모스크)의 하루 다섯 번 아잔을 알리는 스피커가 방 창문을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망치질 소리와 아잔 소리를 즐길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6. 집을 보면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특히, 물을 사용하는 화장실이나 부엌은 물이 좋지 않아 수도꼭지나 화장실 변기는 고장 난 경우가 있다. 고장 난 곳이 있다면 이사 전에 수리해달라고 하자. 그리고 독립된 계량기 있다면 추후 있을지도 모를 분쟁의 소지가 낮아진다. 도시가스가 연결되었는지 아니면 가스 실린더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이에 맞게 가스렌즈를 살 수 있다. 전구의 종류, 창의 크기를 미리  체크해둬야 커튼과 전구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 

7. 보통 보증금과 계약금은 2~3개월 월세 정도 금액을 받는다. 계약금을 받아 보증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금은 2개월 이상 걸지 않는 것이 추천한다. 나는 계약금을 걸 여유자금이 없어 기관장의 보증을 받고 계약금 없이 계약했다. 

8. 임대료는 보통 월 단위로 내는데 포함된 내용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반드시 표기하자.
가스비와 전기세, 쓰레기 처리비용과 같은 관리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9. 입주 전 공과금이 완납되었는지 확인하고 영수증을 모두 받아 잘 챙겨 두어야 한다. 


Copyright ⓒDAPLS All Rights Reserved

모든 문구 및 이미지에 대한 무단 도용 및 복제 사용을 금합니다.

이전 02화 아픈 만큼 성장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