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쳤다는 걸 피부가 먼저 안다

피부가 감정의 센서처럼 반응하는 순간들

by 정감채

내가 지쳤다는 걸 피부가 먼저 안다. 거울 속 얼굴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손끝에 닿는 촉감이 다르다.


결이 거칠고, 열이 오른다.

붉은 기가 도는 뺨, 예민해진 턱 주변.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날, 나는 묻는다.

무슨 일 있었던 거지?


몸보다 피부가 먼저 말을 거는 날들이 있다. 눈에 띄는 증상은 없어도 바르던 제품이 따갑게 느껴지고, 스치듯 발라왔던 토너가 퍽퍽하게 들러붙는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피부가 가장 먼저 알아챈다.

location_Shanghai %Aribica cafe

예전에는 이럴 때 제품부터 바꿨다. 성분을 의심했고, 브랜드를 바꾸고, 시술을 떠올렸다. 그런데 점점 알게 되었다. 이건 제품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내 컨디션, 내 마음, 그리고 최근의 수면 패턴과 감정의 기복에 대한 반응이었다.


피부는 생각보다 말이 많다. 단지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그 말 없는 반응을 내가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그런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 메이크업을 쉬고, 제품을 줄이고, 스킨케어를 더 단순하게 바꾼다. 대신 잠을 더 자고, 마음을 덜 쓰려 노력한다.


피부는 결국 내 감정을 따라 움직인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내 안에 켜켜이 쌓인 긴장과 피로는 피부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피부가 이상할 때, 먼저 내 상태를 돌아보게 된다.


지쳤다는 걸 피부가 먼저 안다는 건, 나는 내 몸과 마음을 더 이상 속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어쩌면 나를 돌보는 일의 시작이기도 하다.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우리를 다독이는 글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