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피가 감정의 외연이 되는 순간들
나는 스카프를 좋아한다. 스타일을 위해서라기보다 감정을 감싸기 위해서. 스카프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설명되는 날이 있다. 그날의 마음을 가리고 싶어서 혹은 살짝 드러내고 싶어서 고르는 천 조각.
어떤 날은 체온처럼 나를 감싸주고,
어떤 날은 말 대신 표정이 된다.
스카프를 고를 때 나는 색보다 촉감에 더 민감해진다. 보들보들한 촉감은 지친 날의 위안이고, 적당히 매끄러운 재질은 생각이 많은 날의 정리다. 마음이 불안한 날에는 조금 두툼한 스카프를 찾는다. 감정이 안쪽으로 숨어버릴 수 있게 나를 가볍게 막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스카프는 내 기분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물이다. 출근길 거울 앞에서 괜히 망설여질 때, 스카프를 둘러보면 알게 된다. 오늘은 나를 좀 더 감싸야 하는 날이구나. 혹은, 오늘은 이 정도면 괜찮겠구나.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정서적 반응으로 스카프를 고르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어쩌면 아주 어릴 적부터였을지 모른다. 가벼운 목도리 하나에 마음이 놓였던 순간들이 있고, 누군가 내 목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기억들이 있다. 그렇게 몸은 기억하고 그 기억은 물건에 새겨진다.
나는 옷보다 스카프에 감정을 더 쉽게 실어 보낸다. 목에 두른다는 건 가까이 둔다는 뜻이기도 해서 가장 나다운 감정이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문다. 그 감정이 말없이 하루를 설명해준다.
스카프 하나로 설명되는 하루가 있다. 그 하루의 감정은 말로 남지 않지만, 촉감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