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자라는 녀석들
5월 2일, 수서 농장
여전히 씨앗이 무엇의 씨앗인지 모르는 상태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알고 보니 적겨자였다. 얼마 전에 직접 뿌려놓고도 잊어버리는 기억력이라니.
황량해 보이는 밭에 파릇파릇함을 더하기 위해 토마토며 고추를 심기 바랐는데 종묘상 직원은 4월 말이나 5월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4월 초중순엔 자칫 냉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렸고, 드디어 5월.
종묘상에서 고추와 토마토, 파, 바질, 오이 모종을 사 와 심었다. 방울토마토는 그냥 빨간색 토마토 말고도 무지개색도 샀다. 방울토마토의 향이 모종에서도 났다.
고추, 토마토를 심기 위해 고랑을 6줄 정도 만들었다. 고랑 한 줄에 모종을 세 개 심었다. (지금 생각하면 두 개만 심는 게 좋았다) 간격은 사방 30센티미터 정도. 10센티미터 땅을 판 후 물을 뿌려주고, 모종을 심고 가볍게 흙을 덮어줬다.
5월 3일, 남양주 농장에 왔다.
수서나 남양주 모두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하도록 한다. 그래서 잡초를 막고,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흔히 하는 비닐멀칭을 못한다. 그래서 대신 짚푸라기로 만든 거적을 덮어준 곳이 보였다.
남양주 농장은 농장주가 미리 한 번에 밑거름을 줘서 바로 모종을 심거나 씨를 뿌릴 수 있었다. 상추 모종 스무 포기 정도를 다 심고, 남은 밭의 절반 정도에 시금치, 쑥갓, 아욱, 상추 씨앗을 뿌렸다. 역시 씨가 싹을 틔울지 걱정됐지만 수서를 떠올리면 한편에선 안심하게 된다.
아이들이 농장에 오는 걸 좋아하는데, 농기구가 위험하니 조심하게 된다. 그리고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자꾸 말리게 된다.
내가 농사꾼처럼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조금씩 배우면 되지 않을까. 여유를 갖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찾아줘야겠다. 주말 농장을 하려 한 이유가 뭔지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연과 가깝게 지내게 하고 싶어서였지 않은가.
농사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점점 더 확실히 깨닫게 된다. 잡초도 뽑아줘야 하고, 흙도 공기가 통하라고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호미로 흙을 섞어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땐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