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되는' 편의점
서른두 살의 책장 6_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나무옆의자)
소설책 두 권 중 고민하다 내가 좋아하는 벚꽃 에디션으로 출판된다고 하여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내용은 표지만큼이나 따뜻하다. 읽는 내내 잊고 지내던 마음속 온정이 하나씩 피어난다.
서울역 홈리스로 지내던 노숙자를 편의점 사장 할머니가 고용하게 되고,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실려있다. 냄새나고 어눌한 기피 대상인 노숙자 독고 씨에게 베푼 온정이 주변에 퍼지는데 소설 속 시기처럼 봄이 온 듯했다. 곽 전 형사의 등장부터 급 추리소설로 유턴하는 부분도 재밌다.
노숙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편의점 사장의 모습에 얼마 전 내 모습이 떠올라 반성했다. 5호선을 타고 귀가하던 주말 오후였다. 내 맞은편에 앉은 노숙자로 보이는 이는 마스크를 턱에 건 채로 말을 하고 있었다.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역무원에게 문자를 보내 마스크 착용을 당부해달라고 알렸고, 잠시 뒤 역무원이 와서 민원을 해결했다. 그가 마스크를 쓰고 나자 그 옆에 떨어져 앉아있던 내 나이 또래 청년이 여분의 마스크를 건넸고 그 모습을 본 내 얼굴이 빨개졌다.
'난 내게 올 해로움만 생각하는 편협한 인간이었구나'
책에 등장하는 성격 지랄 맞은 정 작가의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p.247)류의 대사나 그런 정 작가를 품어준 희수 샘의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140)등의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마치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기분, 좋다.
아, 음료로는 내가 현재 끼고 마시는 옥수수수염차가 알맞다.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안다.
봄아 어서 와, 난 준비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