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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Apr 18. 2020

책을 사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책아, 이리 와. 머리 빗자- 북 브러시로!

안녕, 외출금지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 나는 다. 아무리 전염병이라 봤자 신종플루와 사스, 메르스를 겪어온 우리가 이렇게 긴긴 전염병의 시절을 보낼 줄은 몰랐지. 나처럼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도 코로나 19 앞에서는 잠잠히 집에만 있게 만드는 전염병이라니. 오늘만큼은 집순이 코스프레를 좀 하겠다. 책 좋아하는 인간으로서 책을 더 사랑사랑하는 방법을 알려드림.



이게 뭐냐고? 바로 북 브러시. 책머리를 곱게 빗어주는 북 브러시다. 우리 집에서 전자기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책이거든. 작년, 이사를 하며 가진 책의 절반 이상을 버렸거늘! 미니멀리즘까진 아니더라도 내 주제를 알고 정리하며 살겠다고 이북 리더기까지 구매했거늘! 그럼에도 쌓여가는 책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테이블 아래, 테이블 위, 테이블 옆에 한 자리씩 차지하는 책이 늘어만 간다.



문제는 늘어가는 책이 아니다. 공간을 차지하는 책도 아니다. 바로 책머리에, 책 등에 쌓여가는 먼지가 문제다. 입으로 후- 불면 그 먼지는 절대 치우지도, 돌아올 수도 없는 구석으로 빠져들고, 툭툭 털면 돌고 돌아 다시 책 위로 쌓인다. 그럼 청소기로 빨아드리면 되지 않느냐고? 해봤지, 벌써. 청소기로 책 위를 쓱쓱- 지나쳐 보았지만 책 사이사이 껴있는 먼지는 청소기의 흡입력에도 안되더라.



그래.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 아니던가. 콧물을 닦으려거든 콧물전용 티슈를, 바닥을 닦으려거든 물걸레 청소포를, 곰팡이를 없애려거든 곰팡이 제거제를! 그리고 책을 애끼려거든 제작은 슬로베니아에서, 판매는 독일에서 하는 이 북 브러시를 사용해보자.



사용법은 간단하다. 나도 몰래 쌓여있는 책머리의 먼지를 북 브러시로 살살 쓸어주자.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한 번-, 두 번- 쓸어주면 어느새 책장 사이사이 껴있는 먼지도 해결된다. 그럼 먼지가 날리지 않느냐고? 북 브러시의 털은 얇고 부드러운 염소털로 밀집도가 짱짱하다. 그러니까 먼지를 털어내더라도 날리는 경우보단 털에 착 붙어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씀.



밀집도 높은 북 브러시의 털은 염소 털이다. 염소털. 다소 신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브러시도 염소털을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 그러니까 밀집도도 높고 부드럽다는 이야기 되시겠다. 아이들의 피부에 닿아도 까칠한 느낌이 덜 한 털이란 말이다.


한 달째 사용 중인데 만족도가 높다. 쓸어줄 때마다 아, 내가 책을 이만큼이나 사랑하는 인간이지. 하는 마음과 이 책은 아직 안 읽었네, 이 책은 누구 줘야겠다 등 소유한 책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쓸어내는 기분이 좋아 좀 더 자주 쓸게 되고 결국 책과 책장 전체 관리로 이어진다. 그 애정 덕에 곧 책 크기에 맞는 책장을 자체 제작할 것 같다.


가격은 3만 3천 원. 내 돈으로 사기엔 조금 사악한 가격처럼 느껴지지만 기꺼이 내 지갑을 열었을 물건이다. 아, 이게 무슨 말이냐면 얼마 전 내 생일이었거든. "네 돈으로 사긴 아깝지만 필요한 게 뭔데? 사줄게" 하는 선배의 말에 냉큼 넘긴 건 안 비밀.



MARZZA

사진 MAR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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