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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Apr 11. 2021

비 오는 사막을 본 적 있나요

사막에 들어가던 날은 온통 무겁고 어두운 구름으로 가득했다. 그늘이라고는 하나 없는 사막 위, 구름이 해를 가렸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았고 무거운 구름 때문에 후덥지근한 바람이 사방을 어지럽혔다. 사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낙타를 타야 했다. 느긋하게 움직이는 낙타를 타고 사막 깊숙이 들어갈수록 컴퓨터 배경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낙타의 발이 모랫바닥에 빠질 때마다 나는 함께 휘청거렸고, 나는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오늘은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하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공기는 무거웠고, 온몸에는 습기가 붙어 여기가 사막인지 바다인지 헷갈렸다. 쏟아질 듯 한 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비를 본다는 사실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사막의 비라니! 


늦은 오후, 우리는 보이는 모래언덕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오를 때마다 푹푹 꺼지는 모래언덕 때문에 내가 오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모래를 한껏 어지럽혔을 때쯤 사막의 전신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보는 광경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절경이 될 테니 말이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지만 기대에 차 있었다. 사막의 비는 어떨까,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떤 냄새를 풍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봤지만 사막의 비는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굵은 빗방울들이 하나 둘 떨어졌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함께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빗방울은 앞다투어 떨어졌다. 드넓은 모래언덕 위로 떨어지는 비는 아무 말도, 생각도 할 수 없게 했다. 우리가 있는 공간은 순식간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했다. 이 고요하고 거대한 광경 사이 불청객이 되지 않으려 수많은 모래알 중 하나가 된 것처럼 침묵했다. 비와 모래가 만나는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사막을 봤을 때 황량함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막의 가장 완벽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는 사막의 모습은 또 다른 황홀함을 자랑했다. 무엇도 자랑하지 않아 그 어떤 것도 경이롭게 만들어 버리는 사막의 모습은 태초의 땅을 상상하게 했다. 고요하지만 힘찬 움직임에 세상을 만들어 낸 위대한 힘이 느껴졌다. 사막 위를 떨어지는 비는 다른 존재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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