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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Dec 20. 2016

사막, 그 길위에는 시간이 멈춰있다

여행은 서로 다른 시간을 여행한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했어야 할 캐리어 정리를 아침에 한 까닭이다. 분명 며칠을 더위에 잠 못 이룬 곳인데 간 밤에 긴 쇼핑을 이유로 정신없이 잠들어 버렸다. 캐리어는 터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온 짐을 쑤셔 넣었다. 아침 일곱 시까지 집 앞으로 데리러 온다는 투어 회사는 삼십 분이 지나서 날 데리러 왔다. 속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뱉었다. 차에는 이미 서로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이 타고 있었다. 모로코에서 가까운 스페인과 독일 사람들부터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칠레 국적의 사람들, 익숙한 베트남, 그리고 가깝고도 먼 일본 사람들까지 한 차에 타고 있었다. 신기한 것보다 어설픈 내 언어 실력에 외롭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사 겸 가이드에게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니 오늘 하루는 꼬박 달려야 내일 사막에 도착한다고 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표정만큼은 기대로 가득 차있었다. 기사님은 걱정 말라며 절대 지겹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마라케시를 벗어나자 도시는 사라지고 황량한 풍경들이 나타났다. 황량한 풍경 사이로 쭉 뻗은 도로를 보자 이 곳이 아프리카라는 게 실감이 났다. 내 머릿속의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커다란 바오밥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니는 기린이었는데 황량함이 가진 매력도 아프리카인가 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는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길고 긴 도로와 황량함 그리고 높은 하늘이 있는 이 곳에 있노라면 그 누구도 자신이 여행자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 멋진 나머지 면허도 없는 나는 하품하는 가이드에게 내가 운전 할까? 하고 물었다. 가이드는 날 보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더니 이제는 산 허리를 따라 꼬불꼬불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참을 올라가다 가이드 아저씨가 차를 세웠다. 그리고 모두 내리라고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는 모두 차 밖으로 나왔다. 세상에. 아까 차 밖의 황량한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 앞에는 산들이 병풍같이 펼쳐져있었다. 



   눈 앞에 있는 것은 긴 세월 지구와 함께한 아틀라스 산맥이었다.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들어 본 그 이름. 그 이름이 기억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산맥이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껏 우리는 그 허리를 달려온 것이다. 교과서에서도 보지 못한 그 전경에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바람이 거셌지만 눈을 감을 여유따위는 없었다.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갈 길이 멀기에 곧 다시 차에 올라탔다. 중간중간 가이드가 이것저것 설명해줬지만 내게는 답이 없는 영어 듣기 평가 같았다. 또 몇 시간을 달리고 화장실에 멈추고, 달리고, 멈추기를 여러 번 이번에는 낯선 마을에 차가 섰다. 



   11세기경 베르베르족들이 흙으로 직접 쌓은 요새라고 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온 벽과 지붕이 흙으로 만들어져 있어 이 들의 지혜가 느껴졌다. 무더운 기후의 모로코에서 서늘한 그늘을 느낄 수 있는 집이었다. 현재는 영화 촬영지로 많이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아직도 거주하는 가구들이 몇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가스레인지가 아닌 직접 불을 피워 요리를 하고, 손빨래는 물론이며 추위는 두툼한 담요와 카펫으로 이겨낸다고 했다. 주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카펫이나 그림을 팔거나 간혹 전통집을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로 수익을 낸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식재료를 사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다고 했다.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이어오면서도 현시대를 살고 있는 그들을 보니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 묘연해졌다.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 소식을 보고 듣고, 온도를 조절하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지금의 세상이 아니던가.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서로 다른 시간을 여행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실감 나던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가이드는 2억 년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2억 년 역사라니. 무슨 박물관이라도 되는 걸까. 



   도착한 곳은 세상에. 내가 모로코에 와서 올 수 있을까 생각했던 토드라벨리, 협곡이었다. 늘 꿈꾸었던 모로코기에 이 곳에 와서도 나는 늘 현실을 의심했었는데 토드라벨리라니 정말 꿈인 것이 분명했다. 남아프리카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도 불린다는 이 곳은 아찔한 높이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틀라스 산맥에서 내려온 물이 침식되면서 생긴 거대한 협곡. 협곡 사이로 흐르는 물은 보기만 해도 더위가 가실 것 같은 푸르고 맑은 물이었다. 


   아무리 꿈같은 협곡이라도 배고픔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배가 고파졌다. 종일 내가 한 것은 차에 타고 내리는 것뿐이었는데 얼마나 긴 시간을 달린 건지 협곡을 보고 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어느새 가이드는 차를 가지고 왔고, 서둘러 타라고 했다. 저녁 시간에 늦지 않게 호텔에 도착하려면 또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이 고단한 하루를 어서 마무리하고 싶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올라탔다. 


   호텔은 생각보다 곧 도착했다. 오늘 종일 달린 것을 생각하면 두 시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호텔에 도착하기 무섭게 각국 여행자들은 자기 짐을 챙겨 배정된 방으로 가기 바빴고, 뱃 속의 알람시계도 쉴새 없이 울렸다. 간단한 정리 후 우리는 식사자리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여행은 얼마나 하는지, 어떤 곳이 가장 좋았는지 하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에 우리는 모두 내일 보게 될 사막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내일이면 그리도 꿈에 그리던, 긴 시간을 여행하게 만든 사막을 만나게 된다. 나에게 사막은 어떤 곳이길래 그렇게도 끌리는지 내일이면 알게 될까. 오늘만 해도 다른 시간을 여행한 것 같은 기분에 잠들지 않는 밤이 될 것 같은데 그 수많은 시간을 모래로 달려온 그곳을 보면 나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잠 들지 못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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