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뷰 Apr 11. 2021

도시와 사막과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손뼉 치며 젬베를 두드릴 동안 모래를 옮기던 바람은 하늘의 구름을 안고 가버렸는지 별들이 자리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을 보고 하나같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두 움막으로 들어가 바닥에 깔고 자는 매트를 가지고 나와 마당에 펼쳐 누웠다. 비 앞에서의 침묵과는 또 다른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세상에 우리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작은 바람들은 움막 안으로 들어와 모래를 안고 별을 흉내 냈고, 그래서 스치는 모든 것이 별 같았다. 우주를 떠다니면 이런 기분이 들 것 같다는 생각에 우주를 떠다니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행복했다. 후덥지근했던 사막의 온도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 덕에 모래는 한결 시원했고 그 느낌이 좋아 모래 사이로 발을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다. 


공교롭게도 날이 흐려 사막의 별은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 내린다는 사막의 비를 만나서 행운이라 생각했다. 별이 잘 보이는 곳은 지구 상에 몇 군데 더 있으니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막의 별을 본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움막 마당에 누워 별에 빠져 있을 때, 하메드가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한참 별을 보고 있는데 뭐라도 주나 싶어 따라갔는데 비 오는 걸 보러 올라갔던 가장 높은 모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 앉았는데 누워있는 것처럼 별이 보였다. 별은 여전히 멀었지만 밤은 빛났고, 세상은 아름다웠다. 하메드에게 다시 사막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메드는 내 말과 상관없이 나와 반대쪽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메드가 보고 있는 곳에는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나는 별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하메드는 도시의 빛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말했다. 하메드는 도시의 빛을 보면서 내가 사막의 별을 보고 했던 말을 했다. 완전히 다른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이 순간 어색했다. 


어쩌면 아름다운 것은 더 멀리 있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07화 비 오는 사막을 본 적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