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나쁜 사람들을 만난만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 한 명인 *하메드 아저씨. 이 곳 사람들은 종교의 영향으로 대부분 이름이 비슷한 듯하다. 사막에서 만난 하메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이 곳에서 의사소통 불가로 호스텔 예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영어를 할 줄 아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분이라 여러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아저씨의 호탕한 성격 덕에 늘 유쾌했다. 아저씨 옆에 있으면 어떤 일도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저씨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 아주 많았다. 친척 중에 한국으로 일하러 간 친척이 있다고 했다. 무슨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는 몰라도 한국에서 택시 드라이버를 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이 돌아 마라케시에서도 부산에서 일 한적 있다는 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척에게 들었는지 태권도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메디나에서 큰 일을 당할 뻔하고 돌아왔을 때도 아저씨는 먼저 알아봐 주셨고, 구구절절 이야기하자 태권도 한 번 보여주지 그랬어! 네가 이길 텐데! 하면서 같이 분노해 주셨다.
페즈에서는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게 많아서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를 피해 간신히 잠에 들면 큰 기도소리가 온 동네에 울린다. 숙소가 모스크 바로 앞이다. 정해진 시간마다 무슬림들이 모여 기도하는 곳인데, 교회와 같다. 새벽에도 시간이 되면 배려 없이 들리는 기도소리에 두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소리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더위에 지쳐 간신히 잠든 여행자들 뿐. 웬만한 알람 소리보다 더 강하다. 더 오랫동안. 결국 곧 떠오른 햇빛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퀭한 눈으로 하루를 맞았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일층으로 내려가니 하메드 아저씨가 민트 티 한잔을 건넨다. 잔을 받고서도 피곤함에 하품만 연신 해댔다. 내 모습을 본 아저씨는 피곤할 때는 민트 티가 최고라며 마음껏 마시라고 했다.
“모스크 기도 소리가 너무 커요”
“알라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모로코 사람들은 밤에 못 듣거든”
아…. 나 선물 받았구나. 그 말에 웃음이 났다. 나는 아저씨가 생각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래서 아저씨는 참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저씨는 늘 알라를 믿기 때문이라며 교회 권사님 같은 소리를 했다. 어찌나 신실한 무슬림인지 한참 대화를 하다 가도 기도시간이 되면 모스크로 갔다. 오늘은 웬일인지 기도하러 가기 전에 삼십 분만 기다려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겠다고 했더니 종이와 펜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러더니 영어와 아랍어를 적고 읽게 했다. 알고 보니 무슬림들이 외우는 기도였다. 아저씨는 전도의 기회라고 생각하셨는지 두 번 세 번 읽어 주고 따라 읽게 했다. 그리고 기도문의 첫 소절을 외울 때까지 날 잡고 있었고 그 덕에 아랍어를 배웠다.
라 일라 하 일라 알라…
그때 외운 첫 소절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저씨는 내게 알라를 한 번 믿어보라고 했다. 믿게 되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고 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더니 그것과는 다른 행복을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했다.
음…. 저 사실 교회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