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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Apr 11. 2021

히피들의 천국쉐프샤우엔

쉐프샤우엔으로 넘어오면서 이 곳의 나날은 페즈의 날을 보상받는 것 같았다. 버스 안에서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게 됐고, 언니들과 방을 셰어 하게 되는 기회까지 생겼다. 홀로 였던 불안함과 재정적 문제도 쉽게 해결되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이 곳의 날씨는 다른 도시들보다 고도가 높은 탓에 5도에서 10도 정도 낮은 기온으로 상쾌한 날의 연속이었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한몫했다. 쉐프샤우엔으로 넘어온 첫날은 호스텔 바로 옆 모스크의 기도소리도 못 들을 만큼 깊은 잠을 잤다. 


쉐프샤우엔은 세계 3대 블루시티라 부를 만큼 마을이 파랑파랑 한 곳이었다. 벽도 하늘도 모두 희고 파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스머프가 사는 마을이라고 했다. 빈 공터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고, 골목과 골목 사이의 빈 틈은 마을을 둘러싼 산이 메꿨다. 작은 마을이라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못해도 두 다리만 건너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곳에 있으면서 내가 언젠가 살고 싶은 곳의 모습을 상상했다. 적당히 외진 곳에 있어서 고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기분 좋게 찾아올 수 있을 만큼 높으며, 숨을 고르려 잠깐만 고개를 돌려도 병풍 같은 산과 하늘이 한눈에 담기는 그런 마을이면 좋겠다. 사람은 많지 않지만 적지도 않아 카페와 레스토랑, 서점이 있고 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에 건넛마을 언니, 오빠, 친구, 동생, 아줌마,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마을에 살고 싶다. 


눈 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돌산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수증기처럼 사라졌고 그 자리에 이 곳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쉐프샤우엔은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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