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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Apr 11. 2021

나쁜일만큼, 좋은일만큼

나쁜 일은 또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만 좋은 일도 당연히 생기지.

페즈에 있으면서 인생 최악의 경험을 했고 그 때문에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을뿐더러 나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살인적인 더위는 모든 최악의 기억을 뒤로하고 반나절 만에 스스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했다. 더위는 밖으로 나가게만 할 뿐 다른 건 할 수 없었다. 나쁜 기억 때문인지 낯선 이의 친절은 물론이고 인사도 꺼리게 됐고 어떤 호객꾼들도 마주치기가 싫었다. 


중심 골목으로 가면 혹시나 누구라도 마주칠까 싶은 마음에 사람이 덜 한 골목으로만 다녔다. 그런 골목에서 온갖 악기가 있는 악기점을 발견했다. 악기는 관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천장에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상점 안은 상점 주인만 악기의 자리를 알 수 있을 것처럼 난잡했다. 그런데 그게 또 보물상 자라도 발견한 마냥 구미를 당겼다. 낯선 이는 꼴도 보기 싫다는 마음은 호기심이 덮어버렸고, 악기상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상점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후딱 들어갔다 나오자니 괜히 눈치가 보여 주위를 서성였다. 가게 앞에서 왔다 갔다 한지 한참, 어떤 젊은 남자가 다가와서는 구경해도 된다며 가게 안으로 팔을 끌었다. 악기상 주인인 듯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막상 들어오니 또 마음 한쪽이 불편해서 어설프게 웃기만 했다.


 “괜찮아. 구경만 해. 카메라로 찍어도 되고.”


표정이 읽힌 것 같은 마음에 괜히 아닌 척 새침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가게 안은 정말인지 신기한 악기들로 가득했다. 코끼리 뿔처럼 생긴 악기도 있고, 바가지처럼 생긴 악기도 있었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튕겨보고, 두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기다란 피리를 집더니 불기 시작했다. 얇은 회초리처럼 생겼는데 소리가 제법 좋았다. 그렇게 끔찍했던 기억이 몸을 묶었다가도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상점 주인을 보니 모든 사람이 나쁘지 않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다시 자리를 잡는다. 연주가 끝나고 나니 페즈에 처음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고마운 마음에 상점 주인에게 페즈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말하고는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더니 주인은 연민을 느끼는 표정으로 내가 단지 운이 없었던 거라고 했다. 


“나쁜 일은 또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만 좋은 일도 당연히 생기지. 모로코는 그래. 너는 더 그럴 거야. 여기서 인생을 배워! “


그래. 인생사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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