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뷰 Apr 11. 2021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길

그래,어린 왕자가떨어졌다는 그 사하라 사막이다

모로코는 사막이 다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사하라를 만나기 위해 온다는 말인데 물론 내가 한 말이다. 사막을 만나러 가는 일은 마라케시에서 머무는 날 중 하루를 오롯이 쓸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사하라 사막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사막이 있는 메르주가까지 직접 시외버스를 타고 가거나 혹은 옵션이 포함되어 있는 투어 회사를 선택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차로 하루를 꼬박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사하라 사막을 중간에 이것 보고 저것 보고 하면서 가는 투어를 선택했다. 아무리 심야버스라도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일은 내겐 고역이었다. 


아침 일찍 픽업해주러 오겠다는 투어 회사 아저씨는 삼십 분이나 늦었다. 그 덕에 나는 호스텔 주인장에게 사기당한 것 아니냐는 비웃음을 견뎌야 했다. 내가 호스텔에서 운영하는 사막투어를 거절했기 때문에 그는 더 비웃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십 분이 지난 뒤에 픽업이 왔고 나는 눈을 흘기며 돈 워리! 한 마디를 던지고 호스텔을 나왔다. 


차 안에는 이미 서로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이 열 명 정도 타고 있었다. 모두 낯을 가리는 것 같아 보였고,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 를 외쳤다. 안 그래도 몇 달째 외국인들만 만나면서 영어 듣기와 말하기에 많은 피로감을 있었고, 이번 투어를 신청하면서도 죄다 외국인이란 사실에 시작도 전에 피곤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모두 낯을 좀 가리는 모양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차 안에는 졸다 깨다 하는 일본인과 꽁냥 거리는 독일인 커플,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아일랜드 사람, 속이 불편한지 계속 헛구역질을 하는 스페인 부부까지. 가는 길이 먼 탓에 몸을 풀다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웃음만을 주고받았다. 넓지 않은 차 안에서 속이 불편한 스페인 아주머니의 헛구역질 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다행히 크게 불쾌해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약이며 박하사탕이며 속이 괜찮아질 만한 것들을 권하는 이들뿐이다. 


많이 보고 싶었던 만큼 사막을 보러 가는 길은 설레고 신났다. 그래서 가는 길 내내 마음대로 별별 상상을 했다. 속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불쾌해하지 않는 이유는 헛구역질 소리를 듣는 우리보다 아주머니가 더 괴로울 거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리라는 따뜻한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사실은 불쾌하지만 다들 그러려니 있으니 참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하는 얄궂은 상상도 했다. 또 사막에 가면 비닐을 깔고 썰매를 타야지, 그 모래언덕에서 뒹굴어야지, 음… 또 모래를 이불 삼아서 뜨끈한 모래찜질도 하고, 물을 두 통정도 사가서 작은 웅덩이도 만들어 줘야겠다. 모래를 던지면 눈이 따갑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모래를 던지고 날리면 재미있겠다는 그런 상상. 


사막을 주야장천 기다린 지난 시간 보다 지금 차를 타고 가는 이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언제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에선 정말 만나고 싶었던, 혹은 보고 싶었던 사람을 보러 가는 길에 사고가 많이 나던데, 나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무사히, 얼른 사막을 보고 싶다. 


이전 04화 나도 모르겠어. 모로코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