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쉽지 우여곡절 많았던 네 명이서 매장 두 개 운영하는 이야기
본점(원효로점)을 오픈한 지 5개월 정도 지났을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침 메뉴 (주먹밥) 베타 테스트, 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부스 참가, 지속적인 협업 및 신메뉴 개발 등등. 오랜 기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애초에 빠르게 가설을 테스트해 보며 개선점을 찾고, 그것들을 보완하며 성장하기 위해 모인 팀이기에 MVP 매장을 넘어서 새로운 상권에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기대 매출보다 저조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템 자체에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의 한계가 있는 것인지, 상권의 문제인지 명확하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거침없이 일 처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2호점을 계획하며 상권 조사, 자금 조달, 디자인 개선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팀원을 채용하기도 했고,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등 2022년 8월부터 9월 약 1.5개월간의 기간은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글 참고하기)
초창기 핵심 팀원을 채용하다 (전문 읽기)
대망의 '2호점' 출점 (전문 읽기)
'자영업 한다', '매장을 창업하고 운영한다', '장사한다'. 다 똑같이 어려운 말이다. 불공평 (오히려 공평할 수도) 하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해본 사람은 알고, 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기 어렵다. 진입 장벽 자체가 낮아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일이 잘 안되면, 퇴사하게 되면, 은퇴하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로 '매장 창업'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사업화, 자동화를 하고 싶은 게 모든 자영업자의 꿈이자 워너비일 수 있겠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매출이 성장하고 채용을 통해 팀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면 모를까 운영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주 5-6일 총 60시간 이상씩 일하는 것이 비일비재.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건 또 아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 동안 매장 창업 및 운영, 특히 두 개의 매장을 네 명이서 운영했던 경험에 근거해 복습의 목적으로 장점과 단점, 또는 장점이면서도 단점인 내용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철저히 주관적인 생각...)
자랑스러운 법인명 '바비스패밀리'처럼 우리는 동업자, 파트너, 동료를 넘어서 패밀리였다.
일심동체: 한마음 한 몸이라는 뜻으로, 서로 굳게 결합함을 이르는 말.
처음부터 함께한 공동창업자 세 명은 물론 핵심 팀원으로 합류한 솔님까지 우리는 한마음 한 몸, 한 팀으로 움직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고 의견이 다 같거나 비슷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때는 그만큼 치열하게 논의하고 서로를 설득하며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단 번에 의견이 같았던 경우에는 빠른 실행력을 통해 일단 해보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일해왔다. (군대로 따지면 '선조치 후보고', 브랜드 슬로건으로 비유하자면 'Just do it' 정도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해보고 안되면 말고'는 절대 아니었다. 아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추가 개선점을 찾아 시도해 보기도 하고 같은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복기하기도 했다. 2호점인 영등포구청점을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도 하고 운영을 하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서인지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상시 소통하지만 조금 더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토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자칭 'QLC(Quick Lunch Chat)'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직접 운영할 때, 특히 매장 2개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경우 중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운영하는 사람 따로, 관리하는 사람 따로, 사업을 확장하는 사람 따로일 경우에는 실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창업팀 입장에서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고 영업을 개시하지만, 실제로 금액을 지불하며 매장을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들의 예상치 못한 주문과 요청,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다 보면 부족한 부분투성이인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한다면? 고객이 취식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어떤 메뉴를 얼마나 남겼는지를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어떤 리뷰들이 달리는지를 볼 수 있다면 생각보다 문제의 해결 방법은 '답정너'일 수 있다. 물론 소수의 의견으로 개선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고객의 소리 (VOC: Voice of Customer)를 주의 깊게 듣고 성실하게 운영하다 보면 일시적인 피드백인지 반복적인 피드백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또한 직접 운영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경험상 생각보다 매장을 직접 운영한 적이 없는 사람이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일 경우 지점과 본사 간의 이해/소통 문제의 발생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차례 사업을 한 팀의 경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잘 분담한다면 큰 문제 없이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실적인 창업 전선에서는 바로 그렇게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흔히 업계에서는 '오토(?)로 돌린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점주가 운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인력을 채용해 매장을 운영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에도 장단점이 극명하다. 본업을 유지하며 매장을 창업할 수도 있겠지만 손익분기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본업의 근로 소득이 매장 근무직의 급여보다 높다면 손익분기점의 고민은 덜어낼 수 있지만, 그럼에도 현장에 없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단점들이 있다. 결국에 사장은 사장, 직원은 직원이다. 브랜드가 매뉴얼을 갖추기 이전에는 진성 고객을 직접 만나며 브랜드의 완성도를 다방면으로 높여가는 것이 돌고 돌아 효율적으로 비용을 아끼는 방법일 수 있다.
직접 운영한다는 가정 하에 매출이 잘 나온다면 내가 일한 만큼의 급여는 물론 추가 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수입마저도 현장에서 원가, 인력 등을 잘 관리한다면 더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매출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인건비를 고정 지출이 아닌 사장의 인건비를 희석(?) 해 인건비 관련 매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매몰 비용(Sunk Cost): 어떤 선택의 번복 여부와 무관하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어로 몸빵(?)을 뛴다고도 표현하는 이 방법은 브랜드 창업 초기에는 필수불가결하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일 수 있고, 모르더라도 현장에서 고객들과 음식 및 서비스를 통해 소통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배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입을 극대화하거나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과 무관하게 보더라도 직접 운영은 추천한다.
자, 좋은 이야기는 끝났고 이제 현실을 이야기 해보자.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모든 자영업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자극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장사는 장사다'. 남들 다 쉴 때 못 쉬는 건 당연지사고, 설령 매장 운영이 잘 돼서 인력 채용을 통해 알아서 운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구인난, 예기치 못한 매장 사고 (예, 전기 및 수도 관련 이슈 등), 손님과의 또는 손님끼리의 마찰 등 상상 그 이상으로 신경 쓰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창업 아이템에 따라서 오히려 남들 쉴 때 열심히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여유롭게 쉴 수도 있고, 반대로 같이 쉬고 일할 때 같이 일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브랜드나 아이템에 따라 상황을 맞춰가야겠지만 매장 운영은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명확하다 보니 절대 영업일 수를 최대로 확보하는 게 가장 쉬운 (그래서 운영적으로는 어렵고 워라밸이 없는) 방법이다.
웨이팅이 넘쳐나 재료 소진 시 영업 종료하는 곳,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다 보니 월세 걱정이 없는 상황, 자산이 충분해 매장 운영은 취미로 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결국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매출이 좋은 날에는 '그렇지, 이거야!' 하다가도 매출이 저조한 날에는 '뭐가 문제일까?'로 무한 채찍질(?) 하게 되는 상황... 이제 중급자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 장사 7년 차 글쓴이의 생각은 브랜드 자체적인 문제가 있을 확률도 많지만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는 날씨, 정치, 질병, 각종 행사/이벤트 등 무수한 요인들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더 개선할 의지와 여지를 지닌 채 하고 있는 일과 방향에 대한 믿음이 충분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결국 지나고 나서 돌이켜봐야 '이건 잘했고, 이건 아쉬웠어'라며 복습할 수 있지 않을까. 비용의 관점에서는 후회 없이 잘한 부분이 많지만, 효율과 속도의 관점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다. 그렇다고 더 많은 비용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일 자신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주 겸허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장사이고 오프라인 비즈니스인 것 같다.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말이 있다. 시간을 돌이켜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동시에 시도할 수 있다면 모를까 지난 일들에 대해서는 아쉬워해봤자 더 나은 방법이었을지 더 아쉬운 방법이었을지 알 수 없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최선을 다해왔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INTERVIEW>
Q. 매장 2개를 4명이 운영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솔: 질병, 개인 사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결원 발생 시 매장 매출에 타격이 큰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된다. 그에 따라 미운영이 아닌 혼자 운영하는 상황이 생겼을 시, 5명이나 4명에서 한 명이 빠진 것보다 둘에서 하나가 되었을 때 부담되는 노동의 힘듦은 마치 (겪어보지 않았지만) 가장의 무게와 같다 할 수 있겠다.
민호: 각 매장을 오갈 수 있는 유휴인력이 없다 보니, 고객의 반응과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빠르게 변경하고 적용해 보고자 하는 팀 전체의 의지와 달리 그 변화(예를 들면 신메뉴, 레시피 변경)를 각 매장에 적용시키는 데에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었다.
다운: 4명 중 2명씩 붙어있다 보니 떨어져 있는 2명과의 소통이 적어 서로의 생각을 제대로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 적지 않은 근무시간을 대체 인원 없이 일하려니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매장 운영 이외에 해야 하는 다른 일들(예, 디자인)을 집중력 있게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새암: 개인 사정이 매출에 영향을 꽤나 미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이지 않을까. 오히려 종종 1인 매장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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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에도 장점이 있다면?
솔: 인건비가 황금인 요즘 시대에, 비용적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 모두가 매장 운영에 관여하다 보니, 의사 결정시 상호 간 설명과 이해시키기가 용이하다.
민호: 적은 인건비로 서로 다른 상권의 매장을 두 개 운영해 보면서 많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다운: 브랜드의 확장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적은 인원으로도 만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새암: 비용 절감, (운영 관련) 빠른 개선점 찾기 및 의사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모든 자영업자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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