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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븐 Jul 28. 2021

아직 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인생의중간즘] 나에게 맞는 조직




"혹시 브랜든이라는 분, 아직 회사에 근무하시나요?"

직원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하다 보면 간혹 듣는 질문이다. 지원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나의 블로그를 대상자들이 자주 방문하나 보다. 인터뷰가 다 끝날 즈음에는 간혹 호기심 차원으로 물어보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있다. 쑥스러움에 나는 당사자라고 얘기는 못하고 "아직 근무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나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너 아직 그 회사에 다니냐"다. 친구들이 제법 영업 쪽에 많다 보니 영업 직군들은 회사를 종종 옮기는 편이 있고, 장기간 한 조직에서 근무한 친구는 주변에 거의 없다 보니 나를 만나면 첫 대화의 시작이 회사 근속부터 시작된다. 나는 뻘쭘해하다가 큰 조직이 아니지만 조직 크기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역동적인 사업과 사안들이 많은 조직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코멘트와 함께, "응, 아직 존버하고 있어, 이것 저것 벌려 놓은 것 하느라고 정신 없다."



정말 신기한 것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는 점이다. 신입의 모습으로 하루하루가 사회생활 어드벤처를 경험하는 것이 엊그제 같은데, 몇 번의 중요한 사업과 조직 경험들을 겪고 나니, 15년이 후딱 지나가 버린 것이다. 황당한 팩트 하나가 있다. 이 기간의 중간 즈음엔 당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무엇에 홀려서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을까. 왜 한 직장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30대를 전부 보내게 되었을까.


그러다가 30대 중반이 지날 즈음엔 주변에 큰 변화들이 찾아왔다. 친구들이 독립하여 대표가 되거나, 학원이나 식당을 차리는 기간이기도 했고, 함께 일해 온 고객사의 담당 직원들이 새로운 꿈을 찾아 이직도 하고, 퇴직도 하였다. 공무원 하겠다면서 퇴사하는 직원, 능력을 쌓고 창업하는 담당자도 생겼다. 일하면서 계속 만날 것 같고, 같이 생사고락을 함께 할 것 같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나를 빼고 모두가 성공적인 40~50대를 위한 삶을 사는 것 같아 나는 당황하기도 했고, 불안감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 및 처세술 책들은 지금 당장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 이직하거나 변화를 주지 않으면 곧 재정적 실패와 사회적 고립을 겪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변의 변화에 나도 변화를 모색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고민도 깊어졌다. 돌아보면, 이러한 마음이 '슬럼프'였던 것 같은데, 다행히 오래 빠져 있지 않았다. 아마도 주변의 변화에 따른 슬럼프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회사로부터 받은 미션들을 잘 실현할까"에 대한 마음이 더 커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고민을 더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이, 과업과의 씨름으로 시간은 계속 흘렀다. 감사하게도 오래 같이 일한 동료들을 통해서 많은 배움이 있었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최고의 복지는 일 잘하는 동료다'라고 말했는데, 입사하면서부터 현재까지 나는 최고의 복지를 누리고 있다. 함께 일해온 세월 속에서 프로다워지는 나의 동료들로 인해서 나의 업무는 늘 배움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탁월한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을 하며, 적절한 용어와 화술로 고객과 소통하고 사업을 만들어가는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려면 나도 강제로 공부하고 노력해야 했기에 더 바빴던 것이다.


일하다 보면 사람 사이에 갈등도 생기고, 슬럼프도 찾아온다. 그때마다 동료들이 지혜를 공유하고, 격려를 해 주었고, 위로를 해 주었다. 조직과 사업에 대한 농도 깊은 고민과 보완 사항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 잘하는 동료들과 함께 사업과 조직에 대해서 깊어지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을 보냈다. 아마 일 잘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나는 일찍이 사회에서 낙오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동료들과 사업을 펼쳐가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으로 얻은 원칙들이 생겼다. 위대한 경영/인사 교과서에 실릴 법한 프로페셔널의 삶을 사는 고객사 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분들과 함께 일하고 옆에서 배워가는 영광을 얻었다. 나를 인싸라고 칭해주면서 함께 모이는 담당자 그룹도 생겼다.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삶을 나누며, 그분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러한 원칙을 더욱 확신을 가졌다. <에고라는 적>, <스틸니스>의 라이언 홀리데이나 <Principles>의 레이 달리오, <손자병법>, <사기> 등의 중국 고전을 공부하면서 더욱 구체화되기도 했다.


 - 개인마다 인생은 다르다. 비교하고 따라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 사람마다 일궈온 현재까지의 노력에 대해서 존경하자. 그리고 배울 점을 찾자.

 - 중요한 선택을 할때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조언을 충분히 듣자.

 -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위해서 결정하고 행동한다. 나도 그렇다. 그러한 부분을 존중하자.

 -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다.


돌아보면 내가 참여한 신규 사업, 론칭을 위한 프로젝트나 특정 부분의 TF 활동들은 모두 회사가 기회를 주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회사는 30대의 혈기 왕성한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했고, 나는 이러한 기회에 부응하기 위해 온 열정과 열심을 다했다. 기회를 성과와 성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연계된 책을 찾아 뒤져 보고,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부족한 지식을 메우기 위해 샐러던트 생활을 하다 보니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던 것이다.


회사에서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나는 15년간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15년간 버틴 게 아니다. 회사의 배려가 있었고,  나는 그러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열심히 해 보겠다는 선택을 한 결과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겠다는 그 선택이 좋은 동료들과 기회를 주는 일터를 찾고, 그 안에서 성장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무척 힘들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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