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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븐 Jun 09. 2021

새벽4시 반 루틴

<인생의 중간즘> 계획이 아닌 강제적 취침

이번 달 멘토링 프로그램의 책은 새벽 4시 반에 기상하여 성장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는 유튜버에 대한 책이었다. 핵심 내용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투자 방법으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하나씩 실행하는 경험과 방법 공유였다. 공교롭게도 5년 전부터 나 역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는 루틴을 실행하고 있어서 유심히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와 저자 유튜버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게 된 동기와 기대 방향은 완연히 달랐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아마도 아빠들이 많겠지?)



내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게 된 계기는 온전히 육아 때문이었다. 즉, 강제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다. 와이프의 육아를 돕고자 노력한 일부가 9시에 아이와 함께 자는 것이었다. 낮에는 일터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집에 들어오면 대부분 집안일로 나를 위한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궁리하여 도달한 방법이 4시 반에 일어나 개인적인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4시 반에 일어나 스트레스받았던 일에 대해서 곰곰이 돌아보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책도 보고, 절대자와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별한 저녁 일정이 없다면 매일 루틴 하게 9시~10시 사이에 잠이 드니, 습관이 들어 4시 반에는 저절로 눈이 떠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흔의 중간에 도달하니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일찍 자야 했다. 사실 마흔 초반부터 11시 넘어 책 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11시 넘어 책 보면 보통 5분 안에 잠들고 만다. 정말 너무 허무하다. 때때로 늦게까지 무언가 하고 싶어 도전해 보지만 집중력과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별 성과 없이 실망만 하게 된다.


일찍 일어나니 가장 걸림돌은 출근 시간이다. 4시 반에 일어나면 시간을 애매하게 구분 짓게 되는 요소가 바로 <출근 시간>이다. 신기하게도 새벽엔 시간이 총알같이 지나간다. 잠시 뭣 좀 했다 싶으면 금방 6시다. 심리적으로 6시 넘어 출근하면 많이 늦은 것 같고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6시 전에 집에서 나오는 루틴을 잡았다. 평소 1시간 거리의 출근 시간을 20~30분을 줄이게 되었다. 매일 30분씩 X5일이면 주당 2.5시간, 월 10시간 세이브! 연간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코로나 전에는 6시 반 정도 회사 근처에 도착, 24시간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적인 학습과 독서를 진행했다. (완전 꿀맛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사무실로 바로 가서 미비된 일이나 계획한 학습을 업무 시작 전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업무의 효율이 무척 높아지거나, 계획한 학습에 많은 성과가 있진 않다. 그냥 전체의 일상을 남들과 부대끼지 않은 시간을 늘린 것이지 그렇게 성공적인 하루하루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 부분이 아마 유투버 저자와 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즉, 나는 성장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새벽 4시 반 기상보다는 일상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한 새벽 4시 반 기상인 것 같다. 새벽 4시 반 기상이 성장하게 만들지는 못했어도 뒤쳐지지는 않도록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단한 목표, 효과적인 시간 관리를 위한 새벽 4시 반 기상이었다면 오히려 나에게는 더 힘들고, 부담되고, 이루지 못할 루틴이지 않았을까 싶다. 루틴으로 자리 잡은 새벽 4시 반 기상. 육아 부분이 덜어지더라도 앞으로의 나의 삶에 4시 반 기상은 지속되길 노력할 것이다. 나에겐 이 루틴이 사회생활을 뒤떨어지지 않게 하는 노하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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