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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Jun 13. 2024

나에게 아픔을 준 사람이 죽었다.(2)

자살 충동을 느끼다.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겨우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조퇴 신청을 해야 된다고 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갔다.

그 몸으로 만신창이가 돼서 학교에 등교를 하니 친구들이 모두 놀랐다.


양호실에 누워서 친구가 내 엉덩이에 약을 발라 주는데,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때릴 수 있냐면서 걱정을 해줬다.


그러고 나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고, 부러진 손등을 이어주는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내 손등에는 그때 받았던 수술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그렇게 맞는 동안 가족들은 뭘 한 건지,

아버지는 왜 주무시고 계셨고, 고모는 왜 지구대에서 거짓이라고 증언을 했는지..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이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죽었던 것 같다. 신체적으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아무도 내 편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삼촌"이라는 작자가 없다는 사실 만으로 살맛이 났다.  


그렇게 어영부영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아버지가 나에게 고모에 대한 감정을 언급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일을 절대 잊을 수 없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중에 아버지와 고모가 술을 마시면서 그 얘기를 하다가 게임을 하고 있는 내 방문을 열더니

나에게 소리치며 본인은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하면 용서해 줄래?

칼을 들고 와서는 내 팔을 자를까?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나는 거기서 너무 화가 나서 "네! 자르세요! 저 보는 앞에서 자르세요!"라고 했다.

결국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사건을 두고두고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고 털어내려 많이 애를 썼다.

시간이 지나자 가족들은 지난 일을 왜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냐고 나를 나무랐다.

하지만 내 안에 상처받은 나는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우연히 성당에서 연수를 갈 기회가 생겨 2박 3일 간 성당에서 먹고 자며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분위기에 취한 건지, 영적인 체험인지 모르겠지만 신부님이 고해성사 때 하셨던 말처럼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놓아주는 체험을 했다. "고생했다. 잘 가"라고 말하고 하염없이 울었다.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그 사건에 대한 감정이 많이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고모는 나에게 아버지 흉을 봤다.

사실 어느 면에서는 나에게 그렇게 큰 빚을 지게 한 아버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 동질감도 있었다.


고모는 고모부의 도박 중독으로 인해 큰 빚을 지셨고 한평생 그분의 채무를 상환하며 사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삶을 사셨다. 그래서 매일 술을 끊지 못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 너무 힘들어" 하는 고모의 말에 호주에서 혼자 외롭게 일하며, 온갖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나는 그만 폭발하며 고모에게 "나도 힘들다"며 미친 듯이 모진 말을 퍼부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할 때가 되어서야 얼굴을 마주 보게 되었다.

장례식 동안 참 많이 울었다. 빈소에 모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켰다.


장례식 동안 깊게 생각을 해보니 고모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외롭게 계속해서 타지에서 기숙하며 일하며 사셨을 고모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내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일이 가난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이 상황이

너무 잔인해서 눈물이 더 나왔던 것 같다.


결국 고모가 제대로 그 상황을 기억하고, 그 사건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족으로써 아버지 다음으로 가장 가까웠던 어른이었기 때문에

미워했으면서도 가까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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