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유난했던 젖몸살 이야기6)
아기는 살이 포동포동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피골이 상접해졌다.
출산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임신하면서 올라갔던 체중이 모두 빠지고 더 빠졌다.
미역국을 무척 좋아한다.
삼시세끼 미역국, 지금도 종종 끓여 먹는다.
그런데 내 사랑 미역국을, 아이 낳고 조리할 때만큼은 두 번 다 먹지 못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맹물에 밥만 말아먹어도
두 숟갈만 먹으면 가슴이 찡- 하면서 젖이 돌았다. 아기는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는데, 나는 수유 후 한 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미어져서 잠도 못 자고 그저 아기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기가 입맛 한 번만 짭, 다시면 바로 젖을 물렸다.
어쩌다 젖을 놓치면 아기 온 얼굴에 사방팔방에 모유가 고압 소방호스처럼 튀어댔고, 매 번 젖을 먹을 때마다 나의 귀여운 아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끼이이잉~?” 하고 허겁지겁 삼켜내기 바빴다. ‘이거 뭐야,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 하는 표정ㅋㅋ
꽝꽝 뭉쳤던 가슴에 길이 뚫리고 나니
유축기도 크게 아프지 않고 가능했지만
최고의 유축기는 단연코 아기 입이었다.
나중에는 내가 아기를 먹이려고 젖을 주는 건지,
내 젖 빼려고 아기를 이용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문기구 방식 유축기로 그날 얼마나 용을 써댔는지 손목은 다 나가버렸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당선되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긋지긋해
#모유수유하면 생리안한대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