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다비 Oct 08. 2023

출근을 했으면 집에 오지 마 인간아

거꾸로 가는 백일의 기적(산후우울증 2)


시간은 무럭무럭 흘러 어느덧 백일이 되었다.


우리 아가는 배꼽도 안 떨어진 채로 엄마 따라서 종합병원에 입원도 가고

담배 냄새나는 택시 타고 아이통곡도 다녔는데

다행히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건강했다.

먹이고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는 루틴을 잘 지켜주면

잠도 잘 잤다.

낮에는 눈을 방긋 뜨고 햇살 같은 미소를 나에게 아낌없이 날려주어 고단함을 잠시나마 녹여주었다.


그런데 백일 무렵이 되니 아기의 등센서가 켜진 건지

내려놓으면 보채고 울어대기 시작했다.

잠든 후 아무리 조심스럽게 눕혀도 발딱 깨어나 다시 처음부터 도돌이표를 찍기 일쑤였다.

바구니형 카시트에 태워 옆 신도시까지 돌고 오면 새근새근 잠들었는데, 그 채로 아무리 폭신한 곳에 살포시 놓아도 또 깨서 밤새 칭얼댔다.

바운서에 재워도 소용없고, 파도소리 청소기소리를 암만 틀어줘도 내 귀만 피로해질 뿐이었다.

남들은 백일이 되면 아기가 밤새 통잠을 잔다는데.....

우리에게는 잘 자던 애가 잘 안 자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너는 거꾸로 타는 귀뚜라미였니_ 아.


자고 싶을 땐 아기가 보챘고,

아기가 잘 땐 젖이 아려왔다.


모처럼 나도 살포시 잠이 들려고 하면

남편이 현관문 소리를 내며 집에 들어왔다.

직장이 가까워서 낮에도 들렀다 가고

하는 것도 없이 괜히 풀방구리마냥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런데 정작 식사는 나랑 같이 하지 못했다.


나는 쉴 수가 없었고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다_





#잠좀자자

#제발

#출근했으면 집에오지마_인간아

#퇴근을 일찍하라고오

#백색소음

#수면교육

#용지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라이킷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
이전 06화 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