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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11. 2023

세상에 너 혼자만 애 키우니?

산후우울증4 (유난했던 젖몸살 이야기9)

사실, 아무도 내게 저런 말은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끊임없이 저 말을 듣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나의 내면에서 흘러나왔다.


내 안의 셀프텔러는

집요하게 나를 쫓아다니면서

'다른 여자들은 애 키우면서 직장도 다녀.

심지어 날씬하기까지 해'

'너처럼 똑같이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그 이야기를 소재삼아 무려 웹툰을 그리는 작가도 있어. 글로 쭉쭉 써 내려가는 것보다 그림이 훨씬 오래 걸리는 거 알지?'

'아들 셋을 키워도 식탁에 철마다 예쁜 꽃으로 장식하는 사람도 있었잖아 왜,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너도 그때 봤지?'

'너는 전업맘이면서도 아이들이랑 집에서는 절대로 모래놀이 이런 거 안 해주잖아. 다른 엄마들 어떻게 기가 막히게 아이들 오감자극하면서 키우는지, 인스타 좀 봐'

'그렇다고 요리를 멋들어지게 해서 삼시세끼 식탁에 착착 올리는 것도 아니고, 너는 도대체가 집에서 돈 쓰는 것밖에 하는 게 없지?'

'홈패션 한다고 미싱도 사 들이고 난리를 치더니, 그래서 만들어 낸 게 뭐가 있어? 아이옷을 만들어 입히길 했어, 뭘 했어? 커텐 몇 개 만든 거? 미싱값에 원단값에 그냥 인터넷주문한 게 퀄리티도 가격도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소이왁스로 향초도 만들고 디퓨저도 만들면 뭐 해? 누가 네가 만든 거 사준대?'

'너는 직장 안 다니고 집에 있으니까 당연히 네가 살림 다 해야지. 남편이 돈도 벌고 애도 보고 살림도 해주길 바라는 거야?'

'세상 너만 힘들어? 왜 이리 유난을 떨어?

애 좀 키우는 거 가지고.'

등의 갖은 날카로운 말들을 날마다 쏟아냈다.


이러는 와중에

아이가 콧물이라도 조금 나면

시어머님이 경상도 억양의 말투로 "울 손주가 어쩌다 감기가 걸렸어, 왜?!" 하고 한마디 하시면

'집에서 애만 키우면서 왜 내 귀한 손주를 감기에 걸리게 돌봤냐'라고 탓하시는 것 같아, 며칠씩 두고두고 속이 상했다.

그때는 어머님이 매주 우리를 만나러 오셨었다.

어머님은 우리 집이 더러운지, 냉장고에 반찬이 몇 개가 있는지 같은 거 신경도 안 쓰셨지만 나는 어머님이 오시면 항상 긴장이 되었고, 

매 주 내 육아와 살림에 평가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스타킹도 한번 안 빨고 고이 자란 애가

성격은 또 유난히 똑 부러져서

어디 본 건 많아가지고

수건은 늘 얼룩 없이 희고 뽀송해야 되고

아기도 나도 추레한 꼴로 밖에 나가는 건 죽기보다 싫고.

정말 지 스스로 똑 부러질 판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살림을 하는 것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

오줌분수 쐬지 않고 기저귀 넘치기 전에 타이밍 맞춰 기저귀를 가는 것

모두 다 연습이 필요하고 나는 날마다 조금씩 성장 중이었음을, 그땐 몰랐다.


내 안의 무자비한 독설가로 인해 나는 마다 시들어만 갔다.







#평가는_아주인정사정없이

#대로까서_J

#이런내가_나도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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