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믿고 싶지 않아요 (유난했던 모유수유 이야기11)
둘째를 낳기 전에는 꼭 산전 가슴관리를 받으리라 다짐했건만,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먼저 태어나버린 요 녀석 때문에 우리 집안은 우왕좌왕했다.
당장 1호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양가 할머니들이 다 직장을 다니셨기 때문이다. 남편은 새로 옮긴 직장에서 적응하며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 지방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나의 구세주 김포점 아이통곡 원장님께 갈 수가 없어서였다.
간호사 선생님께 아이스팩을 달라고, 두 개 달라고 해서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앉아서 혹시라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내 긴장감과는 대조적으로, 별다를 게 없는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새 어린이집에 적응 중인 1호를 다 챙겨서 친정으로 올라가서 조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새로 이사한 집으로 산후도우미 이모님 신청을 할 것인지 마음도 정하지 못한 중이었다. 친정에 간다손 치더라도 울엄마 직장 휴가신청 문제는 갑자기 어떻게 할 것인가. 친정에서 조리를 하면 김포점 선생님을 의지할 수가 있지만 내가 낮시간동안 첫째를 케어해야 했고, 우리 집에서 조리를 하면 어린이집을 끊김 없이 순조롭게 적응시키며 보낼 수 있지만 아이통곡 선생님을 새로 찾아야 한다. 등등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분주했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혼자 앉아있는데, 누군가 내 병실 문을 노크했다.
‘누구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분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세요~?”
“저는 인근에서 아이통곡을 운영하고 있어요. 조리원에 올라온 산모님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오늘은 주말이고 해서 홍보차 병실에 들렀어요.”
어머! 아이통곡 원장님이시라고요~?
저 선생님 너무 만나고 싶었어요!!
들어오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시들시들한 표정으로 있다가 갑자기 반색을 하며 반기자, 선생님이 오히려 살짝 당황하신 듯했다.
“제가요, 첫애 낳고 진짜 젖몸살이 엄청났었거든요?
젖양이 늘 너무 많아서 모유수유 하는 내내 고생을 했어요. 선생님, 제 가슴 좀 봐주세요.”
“음.. 지금은 괜찮아 보이니까, 내일 저희 베드에서 관리하시게요. 여기는 다른 준비된 게 없어서, 내일 언제든 올라오세요! 로다비님 기억해 둘게요!”
하시고 가셨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선생님이 알려주신 층으로 올라갔다.
“어머. 어머. 어머머!
아니, 로다비님 가슴이 왜 이래요?
아니,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될 수가 있지?”
밤 사이에 핵발전소 모드가 가동된 탓이었다.
조산으로 태어난 우리 아기는 빠는 힘이 약했고, 먹는 양도 거의 눈물방울만큼만 먹었다. 갑자기 자궁문이 다 열리고 2분 간격으로 폭풍 진통을 시작해서 응급제왕절개 수술 들어가려고 할 때, 아기가 만약 자가호흡을 못 하면 대전의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했었는데_ 스스로 숨만 쉬어줘도 기특하고 감사한 우리 2호였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차갑게 열을 빼주고 조심한다고 해도 채일 수밖에 없었고, 아기가 엄청난 대식가였어도 아니, 쌍둥이였어도 모유가 넉넉히 남았을 거다.
관리하는 한 시간 동안 선생님은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를 연발하셨다.
“아이고.. 진짜네요 다비님. 나 솔직히 반만 믿었거든? 근데 진짜 깜짝 놀랐어.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야 될 것 같네요. 이거 참, 하하하.”
#기절초풍
#놀랄 노 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못 믿을 일
#꿈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