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기 전에는 꼭 산전 가슴관리를 받으리라 다짐했건만,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먼저 태어나버린 요 녀석 때문에 우리 집안은 우왕좌왕했다.
당장 1호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양가 할머니들이 다 직장을 다니셨기 때문이다. 남편은 새로 옮긴 직장에서 적응하며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나야말로 초비상사태였다.
가슴이 언제 핵발전소 모드로 돌연 바뀌어버릴지. 긴장이 팽팽했다.
최근에 지방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나의 구세주 김포점 아이통곡 원장님께 갈 수가 없어서였다.
간호사 선생님께 아이스팩을 달라고, 두 개 달라고 해서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앉아서 혹시라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내 긴장감과는 대조적으로, 별다를 게 없는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새 어린이집에 적응 중인 1호를 다 챙겨서 친정으로 올라가서 조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새로 이사한 집으로 산후도우미 이모님 신청을 할 것인지 마음도 정하지 못한 중이었다. 친정에 간다손 치더라도 울엄마 직장 휴가신청 문제는 갑자기어떻게 할 것인가. 친정에서 조리를 하면 김포점 선생님을 의지할 수가 있지만 내가 낮시간동안 첫째를 케어해야 했고, 우리 집에서 조리를 하면 어린이집을 끊김 없이 순조롭게 적응시키며 보낼 수 있지만 아이통곡 선생님을 새로 찾아야 한다. 등등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분주했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혼자 앉아있는데, 누군가 내 병실 문을 노크했다.
'누구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분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세요~?"
"저는 인근에서 아이통곡을 운영하고 있어요. 조리원에 올라온 산모님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오늘은 주말이고 해서 홍보차 병실에 들렀어요."
어머! 아이통곡 원장님이시라고요~? 저 선생님 너무 만나고 싶었어요!! 들어오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시들시들한 표정으로 있다가 갑자기 반색을 하며 반기자, 선생님이 오히려 살짝 당황하신 듯했다.
"제가요, 첫애 낳고 진짜 젖몸살이 엄청났었거든요?
젖양이 늘 너무 많아서 모유수유 하는 내내 고생을 했어요.선생님, 제 가슴 좀 봐주세요."
"음.. 지금은 괜찮아 보이니까, 내일 저희 베드에서 관리하시게요. 여기는다른 준비된 게 없어서, 내일 언제든 올라오세요! 로다비님 기억해 둘게요!"
하시고 가셨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선생님이 알려주신 층으로 올라갔다.
"어머. 어머. 어머머! 아니, 로다비님 가슴이 왜 이래요? 아니,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될 수가 있지?"
밤 사이에 핵발전소 모드가 가동된 탓이었다.
조산으로 태어난 우리 아기는 빠는 힘이 약했고, 먹는 양도 거의 눈물방울만큼만 먹었다. 갑자기 자궁문이 다 열리고 2분 간격으로 폭풍 진통을 시작해서 응급제왕절개 수술 들어가려고 할 때, 아기가 만약 자가호흡을 못 하면 대전의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했었는데_ 스스로 숨만 쉬어줘도 기특하고 감사한 우리 2호였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차갑게 열을 빼주고 조심한다고 해도 채일 수밖에 없었고, 아기가 엄청난 대식가였어도 아니, 쌍둥이였어도 모유가 넉넉히 남았을 거다.
관리하는 한 시간 동안 선생님은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를 연발하셨다.
"제가 그럴 거라고 했잖아요."
"아이고.. 진짜네요 다비님. 나 솔직히 반만 믿었거든? 근데 진짜 깜짝 놀랐어.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야 될 것 같네요. 이거 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