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로 끼니를 유지하던 때엔 제철꽃게마냥 살이 포동포동~하던 아기는 단유를 하자 볼이 쑥 들어갔고 반대로 나는 팝콘처럼 몸이 커졌다.
당연하지, 하루 예닐곱 번씩 꿀꺽꿀꺽 밀어 넣어지던 모유가 없어지고 자기가 스스로 냠냠 꼭꼭 씹어서 삼킨 음식들로만 유지하려니.
반면에 나는 풀가동 되던 핵발전소가 멈췄는데, 이전에 먹던 가닥이 있어 그만큼 먹지 않으면 배가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야 수유하고 나면 가슴이 가볍고 젖양이 채이지 않게 조절이 되었는데, 벌써 아기가 15개월이 꽉 차고 넘어가고 있다니..
소아과 선생님께서 모유를 너무 오래 먹이면 아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하시고, 돌이 지나니 이가 꽤 많이 나기도 해서 수유할 때 불편감이 있었기에 단유를 하기로 했다.
단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첫날은 하루를 참고 가서 가슴을 비웠다.
그다음은 이틀을 참고 가서 가슴을 비웠다.
그다음은 4일, 일주일, 보름, 한 달, 두 달...
이렇게 점점 두배로 젖 비우는 간격을 벌려주면 젖양이 서서히 줄어드는 원리였다. 생성된 모유는 유선에 고여서 찌끄러기가 되지 않게 잘 비워주면서.
아이통곡 원장님께서 아이들이 말을 못 해도 속은 다 있다면서, '이제 OO 이는 형아가 돼서 더~ 맛있는 거 많이 먹으려고 쭈쭈는 빠이빠이 하는 거야'라고 보름쯤 전부터 매일 얘기해 주고 달력에 표시해 두고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옴을 인식시켜 주라고 하셨다. 그랬더니 정말, 아이는 보채고 울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이빠이 인사를 하더니 그렇게 쏘 쿨하게 쭈쭈와 이별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문제는 또 나였다. 6개월이 넘어가도 10개월이 넘어가도 유즙이 계속 생겼다. 점차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말라야 하는데, 나는 꾸준히도 생겨났다.
"다비님은 왜 이렇게 젖이 안 마를까..?
뇌하수체 호르몬 검사를 해 보는 게 좋겠어요."
검사를 해 보았으나 결과는 <특기할 만한 이상점 없음> 이었다. 내분비과 선생님께서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이상하네~? 근데 왜 그러지?"
유방외과 선생님도, 산후도우미 이모님도,
아이통곡 선생님도, 내분비과 선생님도, 다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셨다.
지켜봅시다
하하, 아무래도 나는 의사 선생님들께 많이 어필이 되는 타입인가 보다. 자꾸 곁에 두고 보고 싶어 하시는 셀럽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