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4 (유난했던 젖몸살 이야기9)
사실, 아무도 내게 저런 말은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끊임없이 저 말을 듣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나의 내면에서 흘러나왔다.
내 안의 셀프텔러는
집요하게 나를 쫓아다니면서
‘다른 여자들은 애 키우면서 직장도 다녀.
심지어 날씬하기까지 해’
‘너처럼 똑같이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그 이야기를 소재삼아 무려 웹툰을 그리는 작가도 있어. 글로 쭉쭉 써 내려가는 것보다 그림이 훨씬 오래 걸리는 거 알지?’
‘아들 셋을 키워도 식탁에 철마다 예쁜 꽃으로 장식하는 사람도 있었잖아 왜,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너도 그때 봤지?’
‘너는 전업맘이면서도 아이들이랑 집에서는 절대로 모래놀이 이런 거 안 해주잖아. 다른 엄마들 어떻게 기가 막히게 아이들 오감자극하면서 키우는지, 인스타 좀 봐’
‘그렇다고 뭐 요리를 멋들어지게 해서 삼시세끼 식탁에 착착 올리는 것도 아니고, 너는 도대체가 집에서 돈 쓰는 것밖에 하는 게 없지?’
‘홈패션 한다고 미싱도 사 들이고 난리를 치더니, 그래서 만들어 낸 게 뭐가 있어? 아이옷을 만들어 입히길 했어, 뭘 했어? 커텐 몇 개 만든 거? 미싱값에 원단값에 그냥 인터넷주문한 게 퀄리티도 가격도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소이왁스로 향초도 만들고 디퓨저도 만들면 뭐 해? 누가 네가 만든 거 사준대?’
‘너는 직장 안 다니고 집에 있으니까 당연히 네가 살림 다 해야지. 남편이 돈도 벌고 애도 보고 살림도 해주길 바라는 거야?’
이러는 와중에
아이가 콧물이라도 조금 나면
시어머님이 경상도 억양의 말투로 “울 손주가 어쩌다 감기가 걸렸어, 왜?!” 하고 한마디 하시면
‘집에서 애만 키우면서 왜 내 귀한 손주를 감기에 걸리게 돌봤냐’라고 탓하시는 것 같아, 며칠씩 두고두고 속이 상했다.
그때는 어머님이 매주 우리를 만나러 오셨었다.
어머님은 우리 집이 더러운지, 냉장고에 반찬이 몇 개가 있는지 같은 거 신경도 안 쓰셨지만 나는 어머님이 오시면 항상 긴장이 되었고,
매 주 내 육아와 살림에 평가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스타킹도 한번 안 빨고 고이 자란 애가
성격은 또 유난히 똑 부러져서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수건은 늘 얼룩 없이 희고 뽀송해야 되고
아기도 나도 추레한 꼴로 밖에 나가는 건 죽기보다 싫고.
정말 지 스스로 똑 부러질 판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살림을 하는 것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
오줌분수 쐬지 않고 기저귀 넘치기 전에 타이밍 맞춰 기저귀를 가는 것
모두 다 연습이 필요하고 나는 날마다 조금씩 성장 중이었음을, 그땐 몰랐다.
#평가는_아주인정사정없이
#제대로까서_J야
#이런내가_나도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