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의 정석
오픈 멤버인 매니저가 해고된 상황에서 남은 직원 1인과 오픈을 시작해야 했다. 루프탑까지 있는 상황에서 혼자 모든 곳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행히도 직원 채용을 하면서 근처 사장님에게 소개받은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아쉬운 대로 1인 바텐더와 1인의 알바생 체계로 가게를 운영하기로 했다. 포스를 설치하고 도매상에서 받은 술이 공허했던 장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동업자 지인의 도움으로 구하기 힘든 술도 장에 조금씩 찼다.
가오픈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알바생 한 명도 채용 공고를 올렸다. 오전 시간에는 카페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어야 했다. 채용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됐다. 여러 지원자의 면접을 봤지만 가장 성실해 보이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가게 입장과 내 입장에서 동시에 특별한 인연이 되기도 했다.
가오픈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다. 내 기준에서 가오픈은 오너의 입장에서 업장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가오픈이다. 실제로 서촌의 어느 바는 가오픈만 1년을 하고 간판을 달았다고 했다. 내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은 모두에게 공개하기 힘든 수준의 가게였다. 바라고 하지만 서비스도 메뉴도 확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초보 사장은 허둥지둥 매출만 확인하고 다른 부분을 신경 쓰지 못했다. 가오픈은 어느덧 9월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부분은 루프탑 홍보를 위한 바비큐였다. 지금도 바비큐는 유튜브에서 핫한 아이템이다. 전문가를 자처한 사람들이 ‘48시간 브리스켓’을 굽기도 하고 ‘당신은 오늘도 잘못된 고기를 먹습니다’라며 어그로를 끈다. 여러 영상을 돌려보다 루프탑에서 고기를 구워보기로 했다. 영상에 나온 대로 시즈닝을 하고 통으로 산 고기를 숙성했다. 갈빗살과 통삼겹, 생닭까지 준비하고 하루의 숙성을 거치고 주말 아침에 야외 바비큐용 장비를 구매했다.
지금도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을 말하라면 단연 그때 그 순간이다. 고기를 조리대 위에 준비하고 불을 피운다. 지원을 온 직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저온에서 고기를 익히고 스피커에서는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나왔다. 인스타에 지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홍보를 했다.
한 접시에 2만 원에 준비된 바비큐를 가득 퍼담고 위스키와 와인을 팔았다. 9월 - 10월의 매출은 주말 바비큐로 많은 부분을 충당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하루 종일 굽고 서빙을 하다 보면 다음날에는 몸살이 났다. 날씨도 추워지는 상황에서 지속하기 힘든 영업 방식이었다. 메인인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직원 채용과 정상 영업을 위한 인원이 필요했다. 다시 채용 공고를 올리려는 찰나에 가게 공식 이메일로 채용 서류를 보낸 인원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