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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미식 Jul 01. 2021

#6 고용과 해고의 논리

첫 해고에 대한 소고



누구나 겪어보지 않으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장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사람이다. 이 말은 누구나 많이 들어본 말이고 어느 곳에서나 금과옥조처럼 모시는 말이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뼈저리게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혹독한 자영업의 세계에서는 회사라는 방패막이 없이 오롯이 자신의 오감으로 체험하게 된다. 고용을 해보고 해고를 해봐야 직접 피부로 그 일이 와닿는다.  


고용한 매니저는 마무리되어 가는 공사 현장으로 출근을 함께 하자고 했다. 보통 오픈 매장의 멤버들은 겪는 일인데 서빙과 메이킹을 하는 바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테리어 단계에서 대부분의 논의는 마쳤지만, 실제 집기들이 들어오는 시점에 보면 현장은 많이 달라져 있다. 공사 현장으로 온 매니저는 인테리어를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먼지가 자욱한 현장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이따금씩 혼잣말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여자 매니저의 인상은 구겨졌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현장에 출근해서 공사 인력들과 구분을 하기 힘들었다. 먼지에 정신과 신체가 낡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가오픈이라도 영업을 시작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만 했다. 


사태가 붉어지기 시작한 건 함께 식사를 하면서부터다. 채용 공고를 통해 뽑은 다른 한 명의 직원과 우리는 주류 단가를 계산하며 완성되지 않은 업장의 앞 커피숍에서 일정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일주일의 남짓의 기간 동안 저녁 식사를 대부분 함께 했다. 식사 중 매니저는 맞은편 직원을 향해 욕을 하기 시작했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혼잣말과 대화의 중간 정도의 음성으로 지속적으로 욕을 했다. 보다 못한 내가 중재를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급기야 식사를 지속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정쩡하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따로 나와서 면담을 했다. 다른 직원으로 인해 매니저인 자신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자신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 다른 직원들은 아무도 일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연신 인상을 쓰며 속에서 나오는 욕을 나에게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피해망상과 정서불안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대화를 지속할 수 없었다.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을 독려하는 회식을 소고기집에서 갖기로 했다. 호주산 소고기를 먹는데 매니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한쪽 팔을 지속적으로 털기 시작했다. 고기는 먹지 않고 팔을 털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고기에서 똥 냄새가 난다며 먹기 싫다는 말을 했다. 된장찌개에 밥을 넣어 비비다 수저를 밥에 푹 꼽고 빼기를 반복했다. 보다 못해 집으로 빨리 보내고 며칠을 지켜보기로 했다. 


며칠의 휴식을 주고 주말에 보기로 했다. 쉬는 시간을 가진 매니저는 상태가 괜찮아진 것처럼 보였다. 웃으며 사장을 맞이하고 영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칵테일을 준비했다며 앉아있는 나에게 잔을 내밀었다. 그 칵테일에는 자영업의 절망과 한 인간의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결국 해고를 통보했다.

통보를 받은 그 사람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소리를 질렀다. 금수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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