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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미식 Jul 11. 2021

#8 오픈 100일

그래도 가게는 구른다

누군가에게 자영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는 것도 좋지만 권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 잘되는 업장을 운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보 사장은 그 지난한 과정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와 비교하여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프랜차이즈의 이상적인 시스템은 일정 수준의 방패 역할을 한다. 혹시 모를 사건 사고에 대비하여 안전망을 구축한 셈이다. 물품과 인력에 대한. 그것들이 장사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국에 구축한 유통망과 인력 시스템은 위대한 것이다. 게다가 손님들은 그 가게의 맛과 서비스를 떠나 이름 하나로 찾아온다. 이런 경우는 초보 사장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반대로 무의 상태에서 손님들이 제 발로 오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의 노력과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든다. 여기서 드는 비용은 비단 금액뿐이 아니라 정신의 노동도 포함이 된다. 만일 손님이 온다면 그 후의 문제는 더 커진다. 손짓 하나 표정 하나를 보며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어딘가 불편하다면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만족스러운 접객을 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국 문제와 사고는 항상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그곳이 술집이라면 리스크는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분식집과 달리 술집은 취객들의 난동이 하루에 한 번은 벌어진다. 물론 주종에 대한 취객들의 태도가 다르지만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손님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다르고 니즈도 다르다. 취한 형태도 달라서 예측을 하기 어렵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꼬리가 꼬리를 무는 사건 속에서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술집 사장의 숙명이다. 공부와 비교해서 무엇이 어렵냐고 물어본다면 장사가 200배 정도 어렵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쉽게 했다면 그것이 사기인지 정당하지 않은 것인지 반문해봐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 100일이 지나고 조촐한 파티를 갖게 됐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러 사건들이다. 항상 그렇지만 좋은 건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다. 그 곁에는 함께 있는 사람들이 있어 고통스러운 기억을 나눌 수 있었다. 군대가 그렇게 가혹함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주변의 전우들의 존재가 크기 때문이다. 응원을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들과 앞으로 영업이 잘될 미래를 생각하며 위스키 잔을 기울였다. 


매니저 채용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바텐더 채용을 진행했다. 오픈 직후의 채용 공고를 보고 메일을 보낸 지원자였다. 바텐더 경력이 믿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여러 술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업장 별로 오래 일했던 뚝심을 보고 채용을 결심했다. 고용을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퍼포먼스는 그 후에 결정할 일이다. 가오픈 상황에서 영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뭐라도 만들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다. 근무 중인 바텐더의 손이 특별히 느리기에 충원을 해서 너끈하게 칵테일, 간단한 안주 메뉴를 빼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른 루트로 진행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을 또 투여해야 했기에 3개월을 지켜보기로 하고 채용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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