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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미식 Jul 11. 2021

#9 가혹한 자영업, 코로나 블루

또다시해고

2020년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였다. 물론 그 변수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버틸 수준이 되면 정부의 발표가 났고 영업 정상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편의상 1 차집이라고 하는 고깃집이나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업장은 그래도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2 차집의 범주에 있는 바는 영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9시에 문을 닫기에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 고깃집에서 거나하게 먹고 귀가를 서둘러야 하기에 9시경 지하철 역사만 사람이 붐볐다. 


누구를 탓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대책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발표 당시에는 바텐더 2인과 신입 바텐더 1인의 체계로 운영 중이었다. 바텐더 2인의 근무를 반으로 나누고 월급은 절반 가량 삭감했다. 신입 바텐더도 마찬가지로 월급을 삭감했는데 문제는 그마저도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정비의 1/3 정도 매출로는 아무것도 감당할 수 없었다.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마이너스로 충당한 입장에서 휘청할 정도로 타격은 컸다. 


신입 바텐더의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제 정직원으로 뽑은 지 1개월이 넘은 시점이었지만,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직원의 채용 경위도 재미있는데 손님으로 와서 술 몇 잔을 마시고 바텐더와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계산을 하면서 이력서를 들이밀고 나갔다. 마침 일손이 더 필요한 시점에서 한번 아르바이트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출근을 시켜 지켜보기로 했다. 신입으로 쓰기에 나이는 적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려는 열정이 충분했다. 


서비스업에는 타고난 기질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서비스 마인드 탑재 여부는 서빙 하나를 보고도 판단이 된다. 서빙의 뽄새가 결국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표정, 뒷모습 등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고 물 한잔을 가지고 가도 뻣뻣한 사람이 있다. 신입 직원은 후자에 가까웠다. 임용 시험을 포기하고 바텐더를 하기 위해 올인을 했기에 그래도 선배 바텐더들이 잘 잡으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바는 서비스업 중 가장 고급스러운 접객을 요구하는 업종이다. 아무리 좋은 술이 있어도 바텐더의 몸짓과 말씨가 가게의 격을 결정한다. 


손님이 없는 몇 주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해고를 결정했다. 신입 직원 채용에는 3개월 수습 기간을 보고 정직원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나는 가게가 안정화되면 그때 다시 부르는 걸 약속하고 마지막 근무일을 함께 했다. 다음날 4대 보험 자격 상실을 세무사에게 말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이건 아니지 않냐며 격한 감정으로 나를 비난했다. 해고라도 자격 유지는 지켜줘야 하지 않냐며 권리를 주장했다. 가게와 얽힌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고 가게 매출은 기약 없는 영업 제한에 땅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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