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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라인의 미스터리

by 상진



와카치나에서 아름다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서는 밴에 올라탔다.

이제부터 가는 곳은 인류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하다고 불리는 유적지 중 하나인 나스카이다.

나스카에 새겨진 지상화, 신비의 나스카 라인을 보기 위해 나스카로 향했다.

평소 즐겨보는 다큐나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나스카 라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고 듣기만 했었는데 그 미스터리한 전경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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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달렸을까. 창밖으로 넓고 광활한 하늘과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흙으로 된 토산을 지나던 중 밴이 잠시 멈춰 선다. 센스 있는 멋쟁이 운전기사님의 배려.

잠시 차에서 내려 토산에 올라 앞을 내다보니 가슴을 확 트일 만큼 아름다운 절경이다. 살짝 흐린 날이었지만 구름들이 역동적으로 펼쳐져있었고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토산의 흙들은 붉은 빛깔을 내었고, 저 멀리 푸른 평야가 보인다. 그저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하늘에서 음성이 들릴 것만 같은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도 못했는데 벌써 나스카를 만난 것 마냥 한껏 들떠있었다.


다시 밴을 타고 30분여쯤 달리고 나니 나스카의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을 지나 황무지로 된 평야를 조금 더 달리니 황무지 가운데 건물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사무실에 들러 신청서 작성과 몸무게를 재고, 주의사항을 듣고 등록을 마쳤다. 잠시 대기실에 앉아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드디어, 나스카 라인을 볼 수 있구나!'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여태껏 살면서 내가 페루에서 나스카 라인을 볼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구 상에 새겨진 위대하고도 미스터리 한 문명의 유산을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잠시 후 직원이 따라오라며 탑승할 비행기까지 안내를 해준다. 아스팔트로 된 넓은 이륙장에 여러 모양의 경비행기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우리 팀이 탈 비행기까지 도착하고 잠시 뒤 제복을 입은 남자 둘이 다가왔다.

한 명은 키는 좀 작지만 품이 넉넉해 보이는 인심 좋게 생긴 아저씨였고, 다른 사람은 그 보다 더 젊고 인상 좋은 젊은 청년이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의 기장과 부기장이다.

그들은 비행 코스를 안내해주며 농담과 인사를 건네고 친절하게 함께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나스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라면 이 두 사람일 것이다.



나스카경비행기.jpg



경비행기는 생각보다도 작았다. 사실 경비행기는 처음 타보는 것이라 긴장이 되기도 했는데, 이 작은 비행기에 6명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오른다 하니 조금 겁이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조금 뒤, 비행기는 서서히 속력을 올리더니 이륙장을 뒤로하고 힘껏 날아올랐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평야가 보이고 점점 지상의 집들이 아주 조그맣게 보이면서 그 넓은 나스카의 평야가 펼쳐졌다.

경비행기는 주요 12개의 지상화가 그려진 코스를 돌며 비행을 한다. 넓은 평야와 언덕에는 광범위한 라인이 펼쳐져서 하나의 그림으로 보인다. 그런 게 여럿이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라인들이 사방에서 겹쳐져 있다.


'도대체 누가 땅에 저런 것을 그려놓은 걸까.

아니, 어떤 목적으로 왜 그려놓은 걸까.'


도저히 모르겠다. 왜, 어떤 목적으로 그런 라인이 새겨진 걸까.

어떤 사람은 자산의 일평생을 그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나스카 라인만을 연구한 학자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결론을 내었을까.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전에 하늘에서 보지 않으면 제대로 그려졌는지 알지도 못할 그림의 라인을 어떻게 광범위한 지역에 그리도 정확하게 그려 넣을 수 있었을까. 정말 외계인이 UFO라도 타고 와서 새겨 넣은 것일까?


학설에 따르면 잉카문명이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페루의 원주민들은 다양하고 세련된 문화를 발전시켜왔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가 나스카 라인이라고 한다. 땅 표면에 선명하게 새겨진 여러 개의 거대한 선사시대의 이미지들은 동물의 형상으로, 나선형 꼬리가 달린 원숭이, 도마뱀, 벌새, 고래, 외계인, 등이 있다. 이 그림들은 높고 건조한 분지 위에 형성되어 있는데, 표면의 자갈을 긁어내고 밑에 있는 가벼운 흙이 드러나도록 솔질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 오랜 시간 흔적들이 유지된 채 지금까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비밀은 '지역 기후의 특성'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와 바람, 먼지 등의 피해를 적게 받으며 건조함을 유지하는 독특한 기후 때문에 수세기 동안 살아남았지만, 최근에 와서 현대의 상업주의 때문에 위협을 받게 되었단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우리 대에서 단순한 돈벌이 때문에 사라진다면 후손들에게 얼굴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비행전경.jpg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나스카의 라인들



헤드셋을 통해 이미지들에 대해 기장이 간단히 설명하더니 갑자기 비행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좌로, 우로 기울어진 채 날기도 하고 위아래로 곡예비행이라도 하는 듯했다. 관광객들의 호응과 재미를 위해 일부러 그리 비행을 한 것이다.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에 멀미가 몰려왔다.

(비행기 앞좌석 등받이에는 구토를 대비한 봉투가 준비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

12개의 코스를 모두 돌고 나니 비행기는 다시 처음 날아올랐던 비행장으로 돌아왔다.

수천 년 전의 놀랍고 신기한 문명의 유산을 보는 것은 약간의 멀미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20분도 채 되니 않은 비행이었건만 비행기에서 내리니 다리가 휘청거렸다. 두발로 땅을 밟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고 여겨진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 불리는 나스카 라인은 방송으로 알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신기하고 위대하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대단했던 체험이었고 광경이었다. 지구의 표면에 아로이 새겨진 그 흔적을 마주한 것은 내 평생 가장 중요한 기억 중 하나로 남겨질 것 같다.









PS. 나스카의 비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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