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의 배려가 불편할까?
나 중심 씨(50세, 모 회사 부장)는 지난 주말에 남한강변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어마어마하게 맛이 있는 백숙집을 발견했다. 문득 일주일 내내 야근하느라 고생이 많은 부하 직원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사기도 북돋울 겸 언제 다들 데리고 와서 몸보신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다음 주 금요일 오후 4시, 나 부장은 전체 회의를 마무리하며 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한다.
“자자, 여러분 한 주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요즘 힘들었을 텐데 내일은 기분 전환차 다 같이 양평으로 가서 삼계탕 한 그릇씩 하고 옵시다. 내가 좋은 데 알아뒀습니다.”
토요일 아침, 나 부장과 직원들이 회사 앞에 모여 떠날 채비를 한다. 요 며칠 줄곧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오늘은 하늘도 나 부장을 돕는지 날이 화창하다. 자신에게 고마워할 직원들을 생각하니 나 부장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닭백숙 한 사발을 비운 후 나 중심 씨는 계산을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들른다. 속을 좀 비워줘야 산책할 때 가뿐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담배를 태우러 나갔던 직원 둘이 쑥덕이며 들어온다.
“하아. 언제 끝나려나? 더워 죽겠는데 무슨 삼계탕에 산책이야.”
“그러니까. 계속 야근하느라 잠도 못 잤구먼.”
“나는 오늘 와이프랑 애들 데리고 수영장 가는 것도 취소했어.”
“아이고 어째. 제수씨한테 바가지 좀 긁혔겠네.”
“미안하다고 싹싹 빌며 나왔지 뭐. 아 진짜 주말이라도 쉬게 해 주지 불러젖히고 난리야.”
“뭐 하루 이틀인가. 대충 맞춰주고 얼른 끝내자고.”
이런 은혜도 모르는 괘씸한 것들. 애써 맛집 알아보고 내 돈 써서 호강시켜줬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뭐? 이래서 아랫것들은 잘해주면 기어올라요. 나 중심 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변기에 앉아 직원들이 자리를 뜨기를 기다린다.
그것은 나 중심 씨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선심을 썼기 때문이다. 나 부장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장소에서, 자신이 맛있게 먹은 삼계탕을 준비했다. 그리고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이 모든 것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연이은 야근으로 잠이 부족한 직원들이 토요일만큼은 늘어지게 자고 싶으리라는 등의 헤아림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나 중심 씨의 일방적인 배려를 받는 대가로 직원들은 자신의 욕구를 포기해야 했다. 나 중심 씨의 호의가 불편한 이유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기적이라 함은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달리 자기 중심성은 아직 자기와 외부 세계를 뚜렷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유아의 심리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자기 중심성이 강한 단계에서는 모든 관심이 자신의 생각, 느낌, 욕구에만 머물러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타인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정에 처해 있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거기까지 관심이 뻗어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자신과 타인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들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으며, 내가 좋더라도 남은 싫어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 발달한다.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유아적인 자기 중심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어렸을 때야 호의랍시고 자기가 먹던 막대 사탕을 엄마에게 내밀어도 귀엽지, 다 큰 어른이 이러면 엽기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면 먼저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입장을 바꿔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행 작업을 건너뛰고 자기 방식대로 선을 베푸니, 상대방으로서는 배려와 친절을 받고도 도리어 난감해지는 것이다.
지나친 자기 중심성은 대화에서도 걸림돌이 된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대화를 통해 유지되며, 특히 사람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 경청을 하려면 이야기의 주도권을 화자에게 넘기고, 그의 입장과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나보다는 남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머릿속이 “나”로 꽉 차있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기가 힘들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뚝 끊고 신나게 자기 이야기만 한다거나, 겉으로는 애써 듣는 시늉을 하더라도 속으로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느라 바쁘다. 이렇게 경청과 공감이 빠진 대화로는 두터운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 중심 씨와 같은 사람들도 서운한 게 많다. 늘 잘해줘도 남들은 내 마음을 몰라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뒤에서 다들 내 흉을 본다. 자기중심으로 살다가 어느덧 자기만 남아버린 이 상황이,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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