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언어 습관 고치기
박 투덜(30세, 회사원)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프로 불평러”로 불린다. 입만 열면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투덜 씨는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찾는 데에 선수이다. 가장 흔하게 도마 위에 오르는 대상은 직장 동료들이다.
“김 과장은 사람은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아. 밥 한 번 같이 먹으면 귀에 딱지 앉을 각오를 해야 한다니까?”
“새로 들어온 신입은 어려서 그런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해. 애가 숫기가 없어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영 정이 안 가.”
“팀장님이 mz세대에 맞춰서 회식한다고 갑자기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시네? 취지는 좋다 이거야. 근데 왜 하필 파스타야. 점심에도 느끼한 거 먹었구먼. 사람이 센스가 부족해.”
이런 투덜 씨 눈에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만난 지 갓 100일이 지난 여자 친구이다. 한창 불꽃이 튈 때인지라 성능 좋은 투덜 씨의 레이더 망에도 아직 여자 친구의 단점은 포착되지 않았다. 오히려 레이더에 걸려든 것은 투덜 씨인 모양이다.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자 친구가 느닷없이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내려놓는 게 아닌가?
“자기 이야기 들어주는 거 정말 지친다.”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라니. 좋은 기분으로 데이트하자고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가뜩이나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받는데 퇴근 후에는 남자 친구 투덜대는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해?”
“내가 뭘 얼마나 투덜거렸다고 그래.”
“어떻게 그걸 몰라? 허구한 날 남 욕에 푸념에. 어휴, 나는 더 이상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
입만 열면 불평을 쏟아내는 투덜 씨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사람에게 긍정의 눈과 부정의 눈이 있다면, 투덜 씨는 한 눈은 질끈 감은 채 부정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렇게 경험하는 모든 사람과 사건은 못마땅하고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충분히 소화하거나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낸다. 마치 소각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듯이, 가벼운 말들로 매캐한 불쾌감을 폴폴 내뿜는다.
투덜 씨는 자신의 내면과 행동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나쁜 일이 벌어지면 여기에 기여한 자기 지분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못난 남과 재수 없는 상황의 탓으로 돌린다. 조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데, 굳이 역지사지라는 고된 정신적 작업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관용도 부족하다.
투덜 씨의 푸념은 버릇이다. 군것질을 끊지 못하고 하루 종일 입에 사탕을 물고 사는 사람처럼 투덜 씨는 불만을 달고 산다. 운 좋게 경청의 자세가 투철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공짜로 상담을 받는 효과를 볼 수 있기에, 투덜 씨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이 유희를 애써 끊을 이유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공로 없는 감정 소모에 피로를 느끼며 투덜 씨와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차츰 늘 테지만, 이 모든 결과를 고려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리는 걸 어쩌랴?
불평은 방안을 가득 채우는 향에 가깝다. 누군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같은 공간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불만의 향을 억지로 맡아야 한다. 고약한 냄새가 가득한 방에 온종일 있다 보면 냄새의 주범인 본인 역시 유쾌할 수는 없다.
뿌연 불만의 연기가 눈을 가리면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알아차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그저 습관적으로 구시렁거릴 뿐 가만히 멈춰 서서 마음을 들여다 보고 지금 느껴지는 불쾌함이 수치심인지, 분노인지, 실망감인지 파악할 새는 없다. 그러니 불평의 원인을 제거하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제한된다. 투덜거리는 이미지로 낙인이 찍히면 대인관계에서도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물론 부조리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아무런 불만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영화 속 대사처럼 현실이 시궁창인데 혼자서만 성인군자 흉내를 낼 수는 없다. 거짓 긍정으로 자신을 기만하거나, 친구들과 힘든 일을 토로하며 회포를 푸는 낙까지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저 미세먼지처럼 모두에게 백해무익한 불평의 연기만은 거두자.
만약 특정 상황이나 특정 인물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감정이 끓어오른다면? 이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나 심리적인 이슈를 건드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 그게 아니라 투덜 씨처럼 불평이 입에 밴 경우라면 다음의 세 가지 전략을 실천해보자.
TV의 전원 버튼을 누르듯이 말을 꺼야 한다. 일단은 남의 귀를 괴롭히는 소음을 없애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급선무이다. 중단에는 어떠한 설득도 유예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살포시 입을 다물면 말은 꺼진다.
긍정적인 관점을 갖겠다는 목표는 모호하고 방대해서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해보자. 기본적으로는 말이 생각을 담는 그릇이지만, 반대로 말이 씨가 되어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실제로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들 중에는 긍정적인 상황과 기분을 묘사하는 어휘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모국어가 어눌해지는 것처럼, 쓸 기회가 없는 말은 사장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새롭게 말을 배운다는 각오로, 일상에서 긍정적인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자. 말이 바뀌기 시작하면 부정적으로 편향되어 있던 시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실 힘든 일을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 자체는 전혀 해롭지 않다. 다만 말은 별다른 노력 없이 즉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 조절이 미숙한 사람이 투덜거리는 입을 제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따라서 적어도 새로운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는 말보다 글로 푸념하기를 권한다. 노트를 읽다 보면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나 불평 이면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말로 할 때는 많아 보였던 불만거리들이 막상 써보면 한 두 단어로 압축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저절로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이 되고, 덤으로 불쾌한 기분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말은 씨가 된다. 불평을 뿌리면 불평만 거둔다. 하나뿐인 인생의 밭에 당신은 어떤 씨를 뿌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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