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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아이 환 Nov 26. 2023

바다와 나비

책으로 세상을 건너기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를 오랜만에 읽는다. 한두 번쯤 수업 시간에 설명해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나비'는 서구의 근대 문명을 낭만적으로 파악한 지식인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지만, 내게 '나비'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 여성으로, 그것도 작은 키로 태어난 '나' 자신으로 자꾸만 읽혔다. 

  총이나 칼자루 다루는 법 한 번을 배운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삼각건을 이용하여 누군가에게 붕대를 감아주는 방법을 배운 것만 떠오른다. 험하다고들 말하는 이 세상에서 난 100년 가깝다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헤쳐 나가야 할까. 돌이켜 보면 내게 자꾸만 주어진 것은 '글쓰기'였고, '책 읽기'였다. 그것이 어쩌면 수심(水深)을 모르는 '세상'을 건너기 위해, 신이 내게 징검다리처럼 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읽거나 쓰는 일이 자꾸만 눈에 밟히고 하루하루에 스미니, 나이 마흔 넘어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일인가. (2023.11.26.)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바다와 나비, 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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