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총량과 밀도의 차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흔한 얘기가 있다. 특히 성공한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훈계할 때 많이 사용하고 각종 미디어에도 자주 나오는 문구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니 열심히 살라는 식이다. 문장의 맥락은 일정 부분 인정하고 공감이 된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주 7일이 주어지는 것은 팩트이다.
나 역시 그런 줄 알고 이삼십대를 보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절대적인 시간도 공평하지 않고 상대적인 시간과 농도는 더더욱 동일하지 않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이 시대의 클리셰이다.
대학시절의 나는 다른 많은 학생들처럼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대여섯 개씩 해야만 했다. 고등학생 과외부터 우유 배달, 전단지 아르바이트, 아파트 건설현장 등에서 일을 했다. 3교대로 일하는 24시간 주유소에서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몇 달간 일을 했는데 다음날 정상적인 일과를 소화할 수 없고 건강에 이상이 생겨 그만두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로 태어난 대부분의 학생들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비와 월세를 벌기 위해 카페, 식당, 편의점, 건설현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런 학생들이 없다면 아마 수많은 식당과 카페들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다.
학업과 아르바이트 몇 개를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말로 절대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하고 자격증 준비나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돈 걱정 없이 꿈을 향한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학비나 월세 걱정 없이 공부만 하고 싶다고.
반면에 부모님이 주시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학생들은 굳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으니 대부분의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학업 공부에 집중하여 석박사를 할 수도 있고 자격증 준비를 하거나 유학을 준비할 수도 있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어도 사회 경험이나 고생을 해보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하는 친구들이나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이나 SNS에 쓰는 학생들은 일단 비교에서 제외하자.
앞에 말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학생들과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학생들 두 그룹 간의 시간이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꿈을 향해 가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의 총량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스타트업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주말마다 강의를 하고 밤마다 대리운전을 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옵션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리고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외주를 뛴다거나 에이전시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본인 사업에만 집중해도 될까말까인데 남의 서비스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을 하다가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도 있는데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한다. 정말 돈 걱정 없이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몇 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고 현실이 너무 궁핍하니 투잡, 쓰리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라는 말도 있다. 정말로 먹고살기 힘들면 스타트업을 시작도 못한다는 뜻인 거 같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와 민간 우주 탐사를 최초로 시도하는 스페이스엑스 등의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엘론 머스크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엘론 머스크는 일주일에 100시간 정도 일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일반 직장인들이 주당 평균 40시간(하루 8시간 X 5일) 일하는 것에 비하면 약 2.5배를 더 하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일반인이 6개월이 걸려 해낼 일을 엘론 머스크는 2~3개월 만에 해내는 것이다.
게다가 능력이 몇 배는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에 일의 완성도나 실행 속도에서 더 큰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속도가 생명인 첨단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 낸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과 엘론 머스크의 시간은 자의든 타의든 공평하지 않다. 시간의 밀도가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들은 더 많이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
유튜브에서 라이브아카데미 토들러를 운영하는 신용하쌤이 세바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사람들이 자꾸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뭔가 성공을 하려면 무리를 해야 한다. 나는 이틀에 한번 잔다.’ 영상의 댓글에도 잠 좀 자라거라 건강 좀 챙기라는 걱정 어린 내용이 유독 많다. 나는 이 영상을 보고 뭔가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고, 투자 좀 받고 회사가 자리 잡았다고 창업 초기 때의 절박함이나 초심을 잃은 게 아닌지 반성도 했다. 다시 무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After 6 Life(퇴근 이후의 삶) 등을 꿈꾸는 분들은 스타트업 창업이나 취업을 만류하고 싶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게 사업이고 스타트업이다. 창업을 하고 최소 3~5년 정도는 개인의 삶은 당분간 사업에 저당 잡힌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강의 및 멘토링 문의: junsme@gmail.com
작가 도서 - 예스24
작가 동영상 강의 - 인프런